애쓰지 않고 물 흐르듯 산다는 것

노자/장자의 '무위자연'과 통제력 내려놓기

by 안태희
image.png

상담실에 마주 앉은 분들을 가만히 바라보면, 유독 어깨가 돌덩이처럼 뭉쳐 있고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 저는 제가 계획한 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으면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불안해요. 아이의 성적도, 남편의 태도도, 회사에서의 내 커리어도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은데, 자꾸 어긋나니 매일매일이 전쟁터 한복판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분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분들입니다. 자기 삶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달려오셨을 겁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통제하려는 그 강박은 결국 스스로를 지치게 하고, 주변 사람들마저 숨 막히게 만듭니다.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삶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분들에게, 저는 2,500년 전 동양의 철학자 노자와 장자가 남긴 지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처방전을 조심스레 건네보고자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닌 '억지 부리지 않음'

우리는 흔히 '무위자연'이라고 하면 깊은 산속에 들어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게으르게 유유자적하는 삶을 떠올리곤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렇게 살다가는 당장 도태될 것만 같아 불안해지죠.

하지만 노장사상에서 말하는 '무위(無爲)'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태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위적인 조작이나 억지(爲)를 부리지 않는다(無)'는 뜻입니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잎이 지듯, 세상 만물에는 각자의 고유한 흐름과 때가 있습니다. 무위자연이란 이 자연스러운 우주의 흐름을 거스르며 내 뜻대로 통제하려는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그저 순리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거대한 지혜입니다.


통제 환상이라는 무거운 짐

머리로는 순리대로 흘러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자꾸만 삶을 통제하려 애쓰는 걸까요? 현대 심리학은 그 이유를 아주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심리학에는 '통제 환상(Illusion of Control)', 즉 '세상의 모든 일을 내 뜻대로 할 수 있다는 착각'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인간은 불확실성을 극도로 두려워하기 때문에, 자신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상황조차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며 불안을 달래려 합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에게 찬찬히 질문을 던져 볼까요? 우리가 삶에서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내일의 날씨도, 타인의 마음도, 다가올 미래의 결과도 사실 우리의 통제권 밖에 있습니다. 우리가 이토록 고통스러운 이유는,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기어코 통제하려 들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식을 내 뜻대로 빚어내려 하고, 떠나가는 사람의 마음을 억지로 묶어두려 할 때 삶은 비극이 됩니다. 그것은 마치 맨손으로 흐르는 물을 꽉 움켜쥐려는 것과 같습니다. 힘을 주어 쥐면 쥘수록, 물은 손가락 사이로 허무하게 다 빠져나가 버리고 맙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물과 같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이처럼 억지로 움켜쥐려 할 때는 허무하게 빠져나가 버리던 '물'이, 사실 노장사상에서는 가장 완벽한 삶의 모델로 꼽힙니다. 노자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삶의 태도를 물에 비유하며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말했습니다. '가장 훌륭한 삶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뜻입니다.

물은 결코 애쓰거나 다투지 않습니다. 네모난 그릇에 담기면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근 모양이 됩니다. 커다란 바위를 만나면 부수려 들지 않고 부드럽게 돌아가며,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는 가장 낮고 낮은 곳을 향해 겸손하게 흘러갑니다. 하지만 그 부드럽고 유연한 물이 결국 굳은 바위를 뚫고 지형을 깎아내어 세상을 바꿉니다. 애쓰지 않고 순응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 무엇보다 강력하고 자유로운 존재가 바로 물입니다.


노를 내려놓고 물결에 몸을 맡기라

우리는 이처럼 유연하고 지혜로운 물결에 스며들기보다는, 자꾸만 그 흐름을 거슬러 이겨내려 고군분투하곤 합니다. 지금 당신의 삶이 너무 팍팍하고 힘들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당신이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노를 젓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물에 빠져 죽을지도 몰라"라는 두려움 때문에 꽉 쥐고 있던 통제력이라는 이름의 노를 이제 그만 강물 위로 내려놓으십시오. 노를 젓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가라앉는 것은 아닙니다. 팽팽하게 긴장했던 몸에 힘을 빼는 순간, 강물의 든든한 부력이 우리를 가만히 받쳐주어 가장 자연스럽고 올바른 바다로 안내해 줄 것입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타인을, 그리고 세상을 내 뜻대로 조종하려는 꽉 쥔 주먹을 오늘 하루만이라도 스르르 풀어보십시오. 당신이 억지를 부리지 않아도, 삶은 알아서 그 가장 아름다운 물길을 찾아 유유히 흘러갈 것입니다. 물 흐르듯 유연하고 평온한 당신의 하루를 온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작가의 이전글상처받지 않으려고 마음을 닫아버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