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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방 김안녕 Apr 07. 2021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침

'퍼덕퍼덕'

 한번 고장 난 기계는 부속품을 갈아 끼우면 대체로 정상으로 돌아오곤 한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이렇게 애석할 수가.


 시작은 아마 작년 이맘때 즈음, 그러니까 '사랑'이란 표현으로도 부족하던 애인과의 이별 이후였을 것이다. '사랑' 만으로 인연을 이어 나가기에는 상황의 개의치 못했고, 한동안 감성 속에 파묻혀 살다 마지막만큼은 이성적으로 판단하자 마음먹어 먼저 헤어지자고 말을 건넸었다.


 꽤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렇게 이별을 겪고 난 후 그것이 옳은 판단이었을 것이라 자위하며 1년을 보냈다.




 제일 먼저 터져 나왔던 문제는 감성과 이성의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 한동안 감성 속에 흠뻑 빠져 살다 보니 이성이 필요한 곳에서도 감성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했고, 이는 지난 세월 간 이루어 두었던 내 중심을 한순간에 무너트렸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나름대로의 자랑이었던 나였건만, 현명하지 못한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들이 터져 나올 때마다 어찌나 나를 저 밑바닥까지 끌어당기던지. 도저히 중심을 잡을 수 없는 나날들이 반복되었다.




 그다음은 소속감의 문제였다. 인간은 어느 곳에 소속됨으로써 온전히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소속감은 현대사회에서 주로 직장, 모임, 애인, 친구 등이 채워 줄 수 있는데, 원체 직장 혹은 모임 등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거니와, 외향적이지 못하고 혼자 머무르는 것에 익숙한지라 친구로부터의 소속감 또한 느끼지 못했다. 유일한 소속감은 애인으로부터 느낄 수 있었는데, 그랬던 애인이 사라지니 그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고, 이는 곧 나를 외롭게 만들었다.




 외로움은 그 무엇보다 인간을 추잡하게 만든다. 게다가 나처럼 중심이 무너져 이곳저곳 삐걱대는 인간이라면 더욱이 그렇다. 내 순간의 감정을 버리기 위해 여기저기 쓰레기통을 찾아다닌다.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까지 망가트리기 시작했다.


 작년 12월 즈음이었나, 지인과 함께 시작한 작은 사업체의 아이템 사진 작업이 끝난 이후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다. 오랜만의 술자리에서 주제넘게 술을 마셔버렸고, 이윽고 만취해버린 이후 대리를 불러 가기로 한 지인의 차 안에서 이유모를 화를 냈었다더라. 따로 나와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중에도 계속 전화를 걸어 이해 못할 정도로 화를 냈었다. 술에 깨고 나서 보니 이미 많은 것을 망가트리고 난 후였다.


 살면서 화를 내본 적이 손에 꼽는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만 단단히 잡혀 있다면 감정이 흔들리지 않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건만, 이미 박살날대로 박살난 내 중심은 그렇게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그 날 녹음되어있는 나의 목소리를 들으니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이게 나 자신이라는 것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다시 중심을 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깨나 많은 노력을 한다. 다만 그게 어디 쉬워야 말이지. 이만큼 애석한 일이 또 있을까!


 감정을 잡기 위해 가만히 앉아 10분간 명상을 하며 잡생각을 버린다던지, 그 순간을 떨치기 위해 다른 것에 집중을 한다던지. 근데 어째 이리 고쳐지질 않을까. 명상을 하다가도 도저히 잡생각이 지워지지를 않아 목구멍 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망할' 소리를 기어코 내뱉고 포기하곤 한다.  당최 예전 같지를 않다. 뭘 해도 돌아오지를 않는 것이 나를 더 무너지게 만든다.




 수산시장에 가노라면 간혹 수조에 들어있는 물고기들이 수조에서 튀어나와 살기 위해 퍼덕인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려는지, 혹은 숨이 막혀 살기 위해 움직이는지. 무엇을 위해 퍼덕이는지는 아마 놈들만 알겠지. 그렇게 수차례 퍼덕이다 다시금 눈에 띄어 수조로 돌아가거나 눈에 띄지 못해 생을 마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안전한 물 밖을 잠시 벗어났던 대가 치고는 꽤 비용이 크다고 할 수 있겠거니.


 오늘은 맘에 둔 이성과의 관계가 잘 풀리지 않자 온갖 잡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해가 떠있는 내내 잠을 잤고, 일어나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 새벽 공기에 흠뻑 물들었다. 과거에 내가 썼던 글들을 차근차근 읽어보았고, 이렇게 글을 하나 쓰며 자전한다.


 이런 나의 꼴을 보면 마치 물 밖에 나온 물고기마냥 처량하기 짝이 없다. 그저 생존하기 위해 튀어 오르는 모습.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는 스스로와의 전쟁 속에서 고통받는 이 모습이.


 그럼에도 나는 살고 싶다. 매 순간마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다. 온전치 못한 내 모습조차도 사랑해주는 이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나 스스로로써 온전히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또 다른 하루는 어떻게 몸부림을 쳐야 할까 고민한다. 몸부림 끝에 다시 물속으로 돌아가 평안해질 물고기처럼, 언젠가 몸부림치지 않아도 다시금 온전해질 나 자신을 기대하며.




오늘의 몸부림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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