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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방 김안녕 Sep 07. 2020

나는 '집착' 하지 않을 것이다

브런치 첫 글, 조회수 폭발을 경험하며

 아, 첫 글부터 이러면 완전 나가린데..


 

 처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올렸을 때의 일이다. 외근 중 모바일로 처음 올렸던 글 조회수를 확인했을 때 이게 무슨 일인가 했다. 조회수 2천 회가 찍혀있는 것이다. '조회수 백 남짓 나오겠지' 싶었던 나로서는 기대 이상의 수치였다.


 '초반 버프인가?' 혹은 '원래 브런치 조회수가 이 정도 나오나?' 싶어 나를 브런치 세계로 입문시켜 준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넌 조회수가 얼마나 나오냐?'라고 묻자 친구가 바로 대답해준다. -항상 칼답을 해주는 아주 고마운 친구다- '나는 공유가 많은데 조회수가 공유보다 안 나올 때도 많아' 라며 본인의 조회수를 보여준다. 글 4개, 토털 조회수는 3백여 개.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 당시 친구와 나누었던 카톡. 흔한 일은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글 내용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한 카테고리의 인트로 느낌이었기 때문에 글 내용도 짧았거니와 담고 있는 내용도 거의 없는 이를테면 글인데, 대한민국 어느 2000명이 이런 글을 보고 간단 말인가?


 문제는 조회수가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택시를 타고 미팅 장소까지 가는 한 시간 동안 조회수는 거의 배로 늘어나 있었고, 조바심에 1분에 한 번씩 확인할 때마다 조회수가 100씩 늘어나는 것이었다. 도대체 유입처가 어디지? 하며 확인해보니 대부분 기타/SNS 유입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그럼 포털 어딘가에 소개가 되었다는 뜻인데. '음, 뭐 사람들도 보다 말겠지' 싶어 생각을 접고 외근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다 수행하고 나니 오후 5시, 혹시나 싶어 다시 들어 가 본 글은 이미 만 명이 발자취를 남기고 간 글이 되었다.



 

 PC에는 자세한 출처가 나와 확인 해 보니 '다음 메인' '카카오톡 #'에 기재가 된 것 같았다. 확인해보니 실제로 카테고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도대체 이런 글이 왜 노출이 됐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거니와, 기대치도 않았던 첫 글에 조회수가 이렇게 폭발을 해버리니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멜랑꼴리 한 감정이 커졌다.


현재 조회수는 이렇다. 심지여 지금까지도 동일 유입경로로 조금씩 조회수가 느는 중..



 '이 사람들을 내 페이지에 자주 들어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찰나에 서랍에 담아두었던 다음 예비분 글을 꺼내 올려 두었다. 들어왔는데 글이 하나밖에 없다면 누가 다음에 또 들어와서 찾아볼 생각을 하겠는가? 올려 두니 첫 글로 유입된 독자분들이 고맙게도 새로 올린 글도 봐주시나 보다. 조회수가 꽤 나온다.


 하지만 내가 저장 해 둔 글은 두 개밖에 없었고, 그중 하나를 써버렸기 때문에 여유로운 비축분을 쌓아 두려고 했던 나로서는 글을 하나 더 써야만 하는 상황이 와버렸다. 그래서 퇴근 후 밥을 먹고 무작정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렇게 두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고양이 배를 만지작 거리면서 멍을 때리고 있었다. 이다음 내용은 무엇을 쓸지 대충 정해 두었지만,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또 이야기의 선을 어디서 끊어야 할지 등등을 생각하다 보니 아무런 부질없이 시간이 흘러갔던 것이다.




 솔직해지자. 사실 앞의 것들은 다 핑계고, 글을 쓰는 날이 아니었던 것이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는 글을 쓰는 것이 '부담'으로써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매일매일 써야 하는, 먹고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글들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러 '글을 쓰고 싶은 순간'이 오면 털어내듯 써 내려가도 되는, 이른바 취미로써 받아들여지기 때문이었다.


이른바 불규칙하게 방문하시는 '그분'이 오실 때마다 글을 쓰자는 각오를 다졌었다.



 그러나 조회수가 폭발하니 상황이 달라졌다. 이걸 어떻게 보답하지? 좋은 글로 보답해야지. 이분들이 자주 내 페이지에 오게 만들려면 글을 자주 써야지, 내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지. 등의 생각이 나를 컴퓨터 앞에 붙잡혀 있게 만든 것이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며 가장 우려했던 부분 중 하나였다.


 쉽게 '집착'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일련의 부담 요소들이 만들어 내는 산물이다. 나에게 부담을 주는 것들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본인의 그릇보다 더 넘치는 노력을 하게 되고, 금방 번아웃하게 만드는. 아주 못된 집착인 것이다.




 집착은 언제나 내 마음에 물보라를 일으키는 요소였다. 예를 들면, 나를 사회에 입문하게 만들어 준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계속 집착하며 꾸역꾸역 연명해나갔었을 때. 혹은 헤어지자고 이야기하는 애인에게도 헤어져야 함은 알고 있었으나 다시 잘해보자고 붙잡았을 때.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의 중심은 파도 속의 부표처럼 요동치곤 했다. 마치 그러한 '부담들'을 당장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네 세상이 망가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온갖 에너지를 다 쏟아부어 집착을 해결하고 나면 하얘지는 몸과 마음. 집착은 내 삶에 있어 단 한 번도 도움이 된 적이 없었다.


집착은 우리를 늘어지게 만든다. 떼어낸다 한들 그 자국이 완전히 지워지겠는가. 출처: 인찬



 나는 집착에서 벗어나고자 깨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물론 지금까지도 완벽하게 벗어났다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이른바 '포기하는 습관'을 기르고 나니 비로소 집착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집착을 버려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았던 것이다. 의외로 우리네 세상은 단단하고 넓었다. 당장 해결하지 않아도, 혹은 좀 내려놓아도 우리 세상의 시계는 잘만 흘러간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사는 것이 많이 편해졌달까.


 물론 포기를 해야 할 순간과 하지 말아야 할 순간을 적절히 구분하는 것 또한 오롯이 우리 자신의 과제가 되겠다. 구분의 순간을 꾸준히 예습/복습하자. 나도 언젠간 완벽 비슷하게 그러한 순간들을 구분할 날을 기대하며 열심히 몸으로 부딪히며 공부하는 중이다.





 결국 그날은 글을 쓰지 않았다. 글을 써야 한다는 집착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하며 외근으로 지친 나의 몸을 달랬다. 불편하게 의자에 앉아 있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으니 얼마나 편하던지!




 군대에서는 심심할 때마다 일기를 썼었다. 그런데 보통 일기는 매일의 기록을 하는 것을 의미로 두지 않는가? 처음에는 이걸 매일 써야 하나 싶어 억지로라도 매일 글을 써뒀지만, 나중에 다시 일기를 읽어보니 '집착하여' 매일 썼던 글들은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 눈길이 오래가고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게 되는, 그러니까 나를 위로해 주는 글은 내가 정말 '쓰고 싶어서 썼던' 글들이었던 것이다.


 이런 일을 겪으며 쓰고 싶을 때 글을 쓰고자 군대 일기장에 시 비슷한걸 짧게 하나 써두었었다. 오늘은 부끄럽지만 이 시를 여기에 옮겨 적고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다들 집착 없는 삶 되시길! 



 

군대 일기장 맨 앞에 붙어있는 그때의 시.. 숫자의 의미는 나도 모르겠다. 분명 내가 쓴 건데.



더 이상 쓰지 않는다


무언가를 써야만 할 것 같아서

만년필을 들었다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내려놓고 시집을 한 권 펼쳐본다

철자에 생각이, 단어에 사랑이, 문장에 인생이

나는 오늘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시집을 볼 것이다









실제로 받은 질의응답


Q. 저 사람 자꾸 페이스북 옛날에 찍은 사진들에 댓글 달아서 위로 끌어올려. 왜 저럴까?

A. 집착을 버릴 수 있을 만큼 집착하는 과정이겠지.




집착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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