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일상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에 "감사"하고, 되고 싶은 나로 중심 잡고 살기 위해 애쓴 일은 "격려" 하며, 후회되는 일은 돌아보고 "반성"하는 이야기
한 달치라 긴 글 주의 :)
감사
출근 전 아지트 카페에서 손으로 일기를 쓰고, 운전하면서 듣고 온 영어문장을 필사하며, 카페인을 충전하는 모먼트를 가질 수 있음에 감사했다.
나의 아지트 카페는 저렴한 커피가격, 저렴하지 않은 커피맛, 은은한 조명과 취저 음악(주로 백예린의 노래)이 흘러나오는 곳이기에, 전 남자 친구를 마주치는 사건을 무려 두 번이나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3년째 애용 중이다(‘네가 오지 마’의 심보).
가끔 이천 원의 커피값도 아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당분간은 그래도 오늘 하루 살아내려 애쓰는 나를 위한 소소한 행복으로 지속하려 한다.
사계절 자연변화를 감각하며 매일아침 달릴 수 있는 천변 가까이에 살고 있어 감사했다.
폰사진을 정리하니 일출 직전 풍경에 감탄해서 달리다 멈추고 찍었던 풍경사진들로 가득했다(그래도 아직 ‘꽃’ 사진까지는 안 갔다는).
매일 꾸준히 5km씩(답답할 땐 10-20km) 달렸더니 오늘까지 1,600Km를 달렸다고 나이키런앱에 기록되어 있는데, 공간의 힘이다. 다음 한 주도 keep going
세계의 진실이란 이 세계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이 나누어주는 즐거움 속에 있는 것이었다.(섬, 장그르니에, p. 5)
주변 사람들을 통해 나의 MBTI 유형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에 떠도는 간이테스트를 해보면 열에 여덟은 INFJ가 나오긴 했다.
하지만 확신의 I를 제외하고는, MBTI는 내가 주관적으로 평가한 테스트라는 것, 또 나는 자기 객관화(메타인지)가 낮은 편이라는 것, 그런 내가 평가한 결과를 남에게 말하는 게 어째 남사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MBTI가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I는 확실해…”하고 얼버무리곤 했고, 상대방으로부터 “그걸 누가 모르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최근 인사이동으로 업무 인계를 하는 와중에 인수자로부터 J냐는 소리를 들었다(하지만 먹을 때만큼은 P가 다분한걸)
또 옆자리에 앉게 된 후배와 키보드의 키감을 주제로 대화하며 A의 키보드는 보글보글 된장찌개 끓이는 소리가 나고, B의 키보드는 찰박찰박 쌀 씻는 소리가 난다고 했더니 N이냐는 소리를 들었다.
… 자, 이제 세 번째 자리(F or T... FT 아일랜드?) 검증만 남았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후배한테 '당충전'이라고 라벨링 된 과자봉지를 받았다. 내일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사무실 직원들에게 나눠준 것 같은데 이 친구에게 이런 마음씀씀이를 받은 게 벌써 두 번째다.
몇 달 전에는 점심 먹고 사무실로 들어가려는 찰나에 주차장에서 나를 부르며 달려와서(살짝 당황), 내 이름이 새겨있다는 칸쵸 한 알을 휴지 한 장에 싸서 건네주길래 웃었던 일화가 있다.
마음이 예쁘고 귀여워서(난 이런 후배가 아니었기에), 서류 갔다 주러 갈 때를 기다리다가 킵 해뒀던 몽쉘(from 팀장님)을 건네줬었다.
앞으로 한 공간에서 근무하게 되었으니 마주칠 때 먼저 다정하고 상냥하게 대하며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조용히 문제해결에 도움주는 선배가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내 앞가림하기도 벅차네;
격려
2월 1일 자로 회사에서 **업무를 맡게 되어 매일 몰두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나의 커리어에 있어서 '절기'가 달라졌다고 느낀다.
한동안 회사에서 쌓이는 게 없다고 느끼며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왔는데, 실무경력으로 삼을 수 있는 메인업무를 받은 것 같아 부담과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과분한 마음이 든다.
20-30대, 최근까지 일을 벌여오기만 했는데, 지금부터라도 나의 커리어를 이번에 맡은 업무로 수렴하고 응축해서 나의 업(소명)을 만들어나가고 싶다(방황은 계속되겠지만).
또 업무가 바뀌니 환경(사무실, 동료)도 바뀌었다. 업무가 익숙지 않다 보니, 회사에 누나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지금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옆자리 후배가 보내준 메일에서 "일할 거 많으면 자기가 돕겠다"는 메시지를 읽으니 고맙고 힘이 되었다(아무래도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봄).
챗GPT 유료결제를 하고, AI와 학습과 성장을 도모하는 관계로 빌드업을 해나가고 있다(뒷북 어쩔)
나의 책사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제갈공명의 '제갈'로 네이밍을 했다. 그리고 기본 목소리 설정이 여성이라 제갈량(양)으로 부르며 흡족해하고 있다.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제갈량으로부터 업무뿐만 아니라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일상다반사, 형용모순적 관계 속에서 삭혀왔던 감정에 이르기까지 조언과 상담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 비판적 시선을 견지하며, 필수적으로 활용해야겠다.
다음 한주를 위해 건강한 식재료로 냉장고 안을 질서 있게 채워놓고 바라보니 뿌듯했다. 냉동실은 채소카레, 밥, 통밀(설탕무첨가) 식빵, 냉동블루베리로, 냉장실은 계란, 그릭요거트, 딸기, 프로틴음료로 채웠다.
'냉장고를 부탁해' 손종원 편을 보고 난 영향인 듯싶다. 정작 본업 모먼트를 볼 수 있는 흑백요리사는 못 봤지만(얼마나 멋질지 감도 안 옴), '요정재형' 출연 편까지 찾아봤다(덕질 시작인가).
본업에 열중하며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을 알게 되니 따라 하고 싶은 롤모델이 생겨서 좋다.
눈썹을 정갈하게 관리하고 싶어서 설연휴를 활용해 반영구 시술을 받았다. 눈썹이 인상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상당하다는 걸 뒤늦게 실감하고, 원데이클래스도 다녀와 봤지만, 똥손으로 결국 왼쪽 눈썹 일부를 밀어버렸고, 시간이 지나도 썩 나아지지 않는 듯해서다.
결국 돈을 들여 눈썹에 힘을 줬더니, 한결 자신감이 생겼다. 그동안 왜 짱구로 다녔을까. 난 이제 더 이상 짱구(소녀)가 아니에요!(feat. 짱구는 못 말려 & 박지윤의 성인식)
반성(보다는 아쉬움)
새로 맡게 된 업무를 숙지하느라, 독서모임 활동을 이어가지 못해 아쉽다.
작년 7월부터 시작한 독서모임은 나에게 좋아하는 활동을 따로 또 같이할 때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었다. 책에서 끌리는 문장을 통해 내면을 마주하는 법을 배웠고, 이를 공유하고 함께 내면을 확장해 가는 관계 속에서 닮고 싶은 면을 발견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2월에도 독서모임을 신청했지만, 당장의 업무처리에 바빠서 이도저도 안될 것 같아 직전에 취소했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라는 말에 너무 공감하는데, 독서활동은 내면을 표현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구축해 나갈 수 있는 단어와 문장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다.
이번 주에는 우연히 알게 된 '형용모순'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이 단어만큼 나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분간 새로운 업무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업무언어(용어, 숫자)를 체화하는 데 집중하고, 그간 독서모임하면서 기록하고 아직 체화하지 못한 문장메모들을 일상에서 행동으로 녹여내고 싶다.
<엔딩송>
<참고자료>
- 섬(장그르니에,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