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주 차
일상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에. "감사"하고, 되고 싶은 나로 중심 잡고 살기 위해 애쓴 일은 "격려" 하며, 후회되는 일은 돌아보고 "반성"하는 이야기.
감사
토요일 일직근무라 우울한 마음으로 출근했다. 그런데주말까지 처리해야 할 급한 일도 없었고, 민원 전화가 단 한 통도 오지 않는, 흔치않은 운수 좋은 날이었다.
오전에는 밀린 일기를 쓰고, 오후에는 독서를 했다. 돈 벌고, 식당밥 맛있게 먹고,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독서를 즐긴 감사한 하루였다.
목요일에는 점심을 먹고 주차장에 서있는 차로 들어가 낮잠을 잤다. 잠깐 15분 남짓 자고 일어나니 보통 점심일과로 커피마셨을 때보다 개운하니 좋았다.
사무실에서 자면 남이 볼까 불편하고, 또 내가 아주 피곤할 때는 코를 곤다는 걸 알고 나서는 맘 편히 잘 수 없게 돼버렸다(팀장님 코 고는 소리에 묻어갈 수는 있겠다). 차 안에서 낮잠자는건 날씨 좋은 봄, 가을에만 누릴 수 있는 데 가을 마감 임박이라 그저 아쉽다.
격려
이번 주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완독 했고, 지난주에 이어 김홍중의 <은둔기계>, 은유의 <글쓰기의 최전선>을 80% 정도 읽었다. 출근 전 카페에 들러 독서메모를 생산하고 근무를 시작하니 좋았다. 아쉽게도 20분 정도밖에 여유가 없어 커피(아이스)를 막판에 거의 때려 붓고 나와야 했지만.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지난주에 내가 기분관리에 취약하다는 걸 체감하면서 호기심으로 읽은 책이다. 책을 읽고 난 소감은, 결국 내가 능동적인 감정설계자로서 내가 의미 부여한 자기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이라면, 경험과 감정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남의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는 것이다. 남들의 의견 또한 그들의 주관적 해석일뿐이니까.
당신의 일상적인 결정은 정동으로 물든 안경을 쓰고, 세계를 바라보는 시끄럽고 고집불통인 과학자에 의해 좌우된다... 감정은 세계에 의한 반응이 아니다. 당신은 감각입력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당신 감정의 능동적 구성자이다.(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전자책)
<은둔기계>는 김홍중 교수의 산문집이다. 내 것으로 체화하고 싶은 어휘, 우아하다고 절로 느껴지는 문장을 읽으며 산문의 매력을 알게 된 것 같다.
<글쓰기의 최전선>에서는 주어와 동사를 연인으로 비유하며, 이 둘을 멀리 떼어놓지 않도록 단문 쓰기를 강조하는 구절이 인상 깊었다. 나는 그동안 복문을 쓰며 연인인 주어와 동사를 멀리멀리 떼어놓은 잔인한 사람이었다. 복문으로 쓰니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고, 글쓰기가 때로 힘들게 느껴졌던 것이다.
오전 5:30에 시작하는 영어소설 읽기 모임에 참여한 첫 주였는데,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8월부터 참여 중인 영어방송 스터디에서 어떤 분이 새벽에 보이스톡으로 같이 영어소설 읽는 게 어떤지 의견을 물으시며, 첫 책으로 wonder를 제안하셨다. 수년 전 영화 wonder를 보고 책을 충동구매하고는 책장에만 모셔둔 게 퍼뜩 생각났다. 이번이 아니면 내가 언제 저 책을 읽을까 하는 생각에 덥썩 하겠다고 응했다.
나를 포함한 4명이 하기로 했고, 한 주를 참여해 본 소감은 “친구 따라 강남갔다”이다. 당연히 안 하는 것보다 낫고, 소설내용이 재밌고 어렵지 않아서 읽다 보면 30분이 금방 지나갔다. 영상미팅이 아니었기에(중요) 가능한 새벽모임이었다. 목요일에는 피부가 건조하길래 마스크팩을 붙이고 감정이입을 한 채 책 속 대사를 읊는 내 모습에 웃었다.
또 새벽기상이 수월해지는 부수적 효과도 있었다. 4:30분에 일어났을 때 모임까지 남은 한 시간 내에 어제 다 못 끝낸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긴장감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고, 소설을 읽는 시간 동안에는 내가 읽는 순서를 놓칠까 집중하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 auggie는 얼굴에 외상을 지니고 태어난 소년인데, 초등학교에 입학해 친구를 사귀고 적응해 나가는 내용을 읽고 있자니 <글쓰기의 최전선>의 문구가 떠올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생을 통하여 외상의 경험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기형인들은 외상과 함께 태어난다. 그들은 이미 삶의 시험을 통과한 귀족이다.(글쓰기의 최전선, p. 126)
삶의 시험을 통과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은 것에 집중하고 살아내는 자세인 것 같다. 그런 모습은 정말 귀감이 되고 그게 진짜 귀족이라 불릴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토, 일 주말에는 10K, 월-금요일에는 5~8K를 달렸다. 평일에 다른 때보다 좀 더 달린 이유는 전날 저녁에 감정적 허기를 이기지 못하고 과식을 했다는 죄책감에 젖어서였다. 편의점에 달려가 과자 자갈치와 콘초코를 사 먹었던 행동을 만회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반성
지난 한 주를 돌아보니 분명 새벽시간에는 독서, 영어소설 읽기, 달리기를 하며 생기 있게 보냈지만, 저녁시간은 “될 대로 되라지”의 심정으로 넷플릭스에서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고 과자를 먹으며 보냈다. 나름 아침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냈음에도 과식과 죄책감의 굴레에 빠져 지각도 못했다.
가끔은 이런 내가 짠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사세>도 이제 다 봤겠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읽으며 속수무책으로 감정에 휘둘리는 게 아니고 내가 감정의 설계자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더는 댈 핑계도 없다.
<참고자료>
- 은둔기계(김홍중)
- 글쓰기의 최전선(은유)
- 감정은 어떻게 만들 얼지는 가(전자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