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오늘의 감격반

10월 3주 차

by KRUKI
일상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에. "감사"하고, 되고 싶은 나로 중심 잡고 살기 위해 애쓴 일은 "격려" 하며, 후회되는 일은 돌아보고 "반성"하는 이야기.


감사


월요일 점심때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회사로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비가 막 쏟아졌다. 옆 편의점에서 후진 우산을 사기는 싫고 어쩌지 하며 카페 입구 차양막에 딱 붙어 서서 난감해하고 있는데, 카페사장님이 문을 열고 나와 우산을 주시며 쓰고가라셨다. 덕분에 비 맞은 생쥐꼴을 면했다.


다음날 감사의 표시로 초콜릿이랑 함께 우산을 돌려드렸더니, 우산 빌려줬던 거 까먹고 있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다.


나의 난처한 상황을 방관하지 않은 '호의'와 또 우산을 돌려받을 때에도 생색내지 않는 '노겸'의 자세를 본받고 싶다(근데 우산 빌려준 건 진짜 까먹으신 것 같다).




이번 주는 비가 종종 와서 대체로 흐렸고, 금요일이 되어서야 마음에 드는 일출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2025년 10월 17일 금요일, 06:05


특히 이번 주는 저녁에 다자이오사무의 <사양>을 읽으며 "지는 태양"을, 또 아침에는 "뜨는 태양"을 봤으니, 아침저녁으로 태양과 함께한 한 주였다고 표현해도 될 것 같다.


<사양>에서는 몰락한 귀족가문의 장녀 가즈코가 평민으로 사생아를 키워내겠다고 결단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가즈코 나름의 현실과 맞서는 혁명이자 사랑의 방식으로,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우며 태양처럼 살아가겠다는 가즈코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목격한 일출(정확히는 일출 직전)의 모습은 저녁 무렵 사양의 모습과 구별하기 어렵다. 더는 기대하기 힘들고 저물어가는 비관적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겠다며 의지를 가지고 시도하면, 일말의 가능성을 향해 불타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또 그 모습은 꽤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격려


영어

평일에는 ebs <파워잉글리시>를 따라 했고, 일요일에는 영화 <이니셰린의 벤시>를 영어자막으로 본 뒤 따라 하고 싶은 문장 25개를 필사하며, 주말에도 영어를 놓지 않으려 노력했다.


운동

비가 왔던 화요일과 목요일을 제외하고 일, 월, 수, 금요일에 5K, 토요일에 10K를 달렸다. 평일 저녁에 못 참고 먹은 프링글스와 진짬뽕이 땀과 함께 빠져나갔기를 바랬다.


반성


속상한 말을 들었는데, 일기를 쓰며 내 감정을 정리하지 않고 방치했던 게 후회된다.


수요일 회식자리에서 고위직에 계신분이 갑자기 나에게 결혼을 안 하고 있으니 실수하고 있는 거라고 하셨다. 여러 사람 앞에서 언짢은 말을 듣고 나서는 주말까지 마음이 구겨져 있었다(지금도). 부정적인 생각이 끝도 없이 삐죽삐죽 솟아났고, 과음을 했고, 과식을 했다. ai에게 "사는 게 비참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짠하네 정말).


나는 결혼할 의사가 여전히 없으니, 실수한 건 아니다. 다만, 혼자 살기 어려운 세상 의지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어르신의 말을 건설적으로 수용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자료>

사양(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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