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주 차
일상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에. "감사"하고, 되고 싶은 나로 중심 잡고 살기 위해 애쓴 일은 "격려" 하며, 후회되는 일은 돌아보고 "반성"하는 이야기.
감사
이번 추석연휴에는 본가에 가지 않았는데, 연중무휴로 영업 중인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많아 나가서 한 끼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수요일은 역전우동에 가서 냉메밀에 후식으로 빽다방 미숫가루 음료(두유)를 마셨고, 목요일은 칼만둣국을 먹고 후식으로 비비빅을 사 먹었다. 꼭 비비빅이여야 했는데, 빙빙바만 보여서 한참 슈퍼 냉장고를 뒤지다가(집념 무엇) 지하 암반수에서 건져내듯이 딱 하나를 찾아내서는 600원의 행복을 누렸다.
문득 나는 먹는 게 낙인 사람이니, 노년에도 지금처럼 소박한 한 끼를 사 먹을 수 있으면 그럭저럭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왠지 비비빅은 30년 후에도 건재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빙그레 주식인가).
회사에서 후배님들의 도움으로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똥컴을 업그레이드했다. 정작 매일 컴퓨터를 사용하는 나는 크게 불편을 못 느끼는데, 가끔 내가 부재중일 때 자료를 찾으려고 컴퓨터를 켰던 사람들은(좌우 2명) 속도가 저렇게 느린데 쓰고 있는 내가 용하다고 얘기하곤 했다(차장님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내 휴가기간 동안 컴퓨터를 폭파시키고 싶었다고 하셨다).
마침 전산부서의 지철(가명)이가 사무실에 와있었는데 영철(가명, 옆에 앉는 후배)이의 적극적인 권유로 컴퓨터를 포맷하고 최신 프로그램을 설치하니 새 기계로 탈바꿈했다(한글, 엑셀 2024년 버전이 있었네).
어차피 내년에 컴퓨터 교체대상이라 그때까지 그냥 그러려니 하며 쓸 생각이었는데, 되려 옆에서 말해주니 고마웠고, 또 사무실 찾아왔다가 졸지에 포맷을 도와준 후배님에게는 미안해서 커피 기프티콘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앞으로는 pc를 제때 업그레이드 하자는 교훈도 얻었다.
토요일 오랜만에 새벽에 일어나 앉아있다가 베란다 창 밖 너머로 일출을 보니 좋았다.
추석연휴 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며 어렵게 쌓은 새벽기상 루틴이 무너졌었는데,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해는 계속 뜨고 지고 또다시 뜨기를 반복했겠지 싶다. 그러니? 나도 다시 해를 따라서 새벽기상을 시작하면 되겠다.
격려
이번 주는 이유미의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과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을 새로 읽고, 정수복의 <응답하는 인문학>을 다시 읽었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에서 일기는 '쓰는 사람' 중심이고 에세이는 '읽는 사람'인 독자 중심이라는데, 나는 감격반 글을 쓸 때 일기와 에세이의 경계를 왔다 갔다 했던 것 같다(죄송합니다!). 또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소재삼아 '구체적'으로 쓰고, '독자'가 '공감'할 수 있게 '의미'를 담아야 한다는데, 계속 쓰면서 연습이 필요하다(지켜봐 주십시오!).
<소설>은 제목이 소설인 소설인데, 주인공이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시점, 이어서 편집자 시점에서 서술하는 스토리 전개가 흥미로웠다. 창작을 위해서는 정신에 일격을 가하는 음악과 그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대목을 따라 나도 글을 하나 발행하고 나면 자축과 보상의 의미로 책, 영화, 전시, 음악을 다양하게 접하려 한다.
영화와 책 둘 다 중요합니다. 예, 중요하지요. 그렇지만 위대한 창작의 비밀을 파헤치려면 음악과 그림에도 관심을 쏟아야 할 겁니다. 인간 노력의 최고 진수를 탐구하는 것, 그것 말고 삶이 진정한 의미가 어디에 있겠습니까?(소설, p. 203)
<응답하는 인문학>에서 “좋은 사회학은 좋은 소설과 유사하다."는 문장을 읽으니,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안녕이라 그랬어>의 김애란 작가를 사회학자라고 평가한 게 생각났다. 소설 읽기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나에게 작용하고 있는 사회적 요인(부모, 직업 등)들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고전, 현대소설을 읽고 싶어졌다.
소설가들이야말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글로 그리면서 우리가 사는 사회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좋은 소설은 사회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좋은 사회학은 좋은 소설과 유사하다"(응답하는 인문학, p. 58).
추석연휴 때 영어 제작 영화와 책을 보겠다던 계획은 흐지부지되었고, 금요일 출근 준비하며 ebs 파워잉글리시로 영어 익히기를 다시 시작했다. 이날은 불만에 가득 찬 자영업자 고객이 a/s직원과 대화하는 내용이었는데, 불만 가득 찬 고객의 대사를 따라 하니 감정이입이 잘 되었다. 말을 배울 때 욕이 입에 착 붙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싶다.
비가 많이 왔던 화요일을 제외하고 월, 수, 토요일에는 10K, 목, 금요일에는 5K를 달렸다. 수요일에는 분명히 10K를 달렸는데 나이키런 앱이 오류가 나서 5K 달렸다고 기록되길래 찰나의 깊은 빡침을 느꼈지만, 기록 편집기능이 있어 다행이었다(그런데 나의 달리는 목적은 ‘인증’ 인가?)
이번 주는 달리면서 감격반 연재글과 별개로 머릿속에 맴돌고만 있는 에세이에 관한 생각을 했고, 자료가 될 과거 일기들을 어떻게 다시 보고 정리할 건지, 또 네이밍은 어떻게 할 건지 등을 구상했다. 결과적으로 연휴기간에 초고 2편을 써내 조금 뿌듯하다.
또 토요일에는 평일처럼 아침에 달리기를 했더니 일상루틴을 유지하는 데에도 낳고, 달리기 전에 세탁기와 밥솥에게 일을 시켜놓고 돌아오니 주말에 해야 하는 자질구레한 일들이 진척돼있어 홀가분했다.
반성
추석연휴에 장대한 계획을 세워놓고 못 지킨 것들이 아쉽다.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려웠는데,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 거였다.
“우선순위를 잡는다는 건 결국 다 한다는 거예요. 선택과 집중은 가지치기를 하는 거고요.” 지금은 가지치기가 필요한 거구나.(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 1, p. 99)
그래서 오래전에 읽었던 책 <the one thing>이 생각났다. 또 하나의 주제에 대해 몰입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그와 모순되게 sns를 기웃거리며 시간을 낭비한 게 후회된다. 얼마 전 부활시킨 인스타계정을 끊어내지 못했다. 일정 시간에만 접속할 자제력이 없다면 방법은 삭제뿐.
<참고자료>
-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이유미)
- 소설(제임스 미치너)
- 응답하는 인문학(정수복)
- 터틀넥프레스 1(김보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