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주 차
일상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에. "감사"하고, 되고 싶은 나로 중심 잡고 살기 위해 애쓴 일은 "격려" 하며, 후회되는 일은 돌아보고 "반성"하는 이야기.
감사
금요일에 비 예보가 있어 달리기를 못할 줄 알았는데, 계획대로 10K를 달렸다. 비가 분무기 수준으로 내리니 달려볼 만하다 싶었고, 마지막 1km 정도를 남겨놓고쏟아지기 시작하니 9km 달린 게 아까워 끝까지 달린 덕분이다.
마치 하늘에서 오늘 ‘우중런’ 한 번 해보라고 강수량을 조절해 주는 것 같았다. 하루키의 책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에서 읽은 구절을 떠올리며 샤워한다는 생각으로 기분 좋게 달렸다.
When it did rain, it was a pleasant shower that cooled down my overheated body(p. 49).
격려
내가 만든 교육콘텐츠를 사내 우수사례 공모전에 제출했다. 처음에는 떨어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 제출하기 싫었는데(쪽팔리니까), 생각을 바꿔서 탈락해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작성했다. 나중에 실망하지 않게 처음부터 기대를 안 하는 편이었는데, 최근에 책 <경험의 멸종>을 읽고 나서 생각이 조금 바뀐 듯하다.(연관글: ‘놓지 마, 기대줄’ 참고)
십 년 넘게 직장에서 일하며 발견한 나는 숫자감각은 남들보다 느리고, 관습적이고 절차적인 업무는 익히면 그럭저럭 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콘텐츠를 만들고, 성과 홍보하는 글쓰기( 보고서, 네이밍 등)를 할 때는 완성될 결과물을 기대하며 잘하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내 맘에 드는 결과물을 완성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없을까 봐(불쑥 다른 일이 끼어들까 봐) 초조해진다.
얼마 전 노희영 유튜브 채널 영상을 보며 느낀 것처럼, "나"를 위해서 앞으로 회사에서 내가 잘하고 싶은 일을 자꾸 업무에 녹여내 봐야겠다. 회사일이 소모적이라는 생각과 수동적 태도는 결국 “나” 에게 좋지 않다.
월-목요일 출근 전 눈썹을 그리며 ebs 파워잉글리시 생방을 듣고, 출퇴근 운전길, 저녁,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도(이번 주에 새롭게 추가한 노력) 반복했더니, 주말에 다시 떠올려보는데 기억이 났다(지난주에는 일절 생각 안 났음).
이번 주는 체화해서 따라 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던 덕분인 듯하다. 보상으로 추석연휴에는 영화로 영어 듣기를 대신할 계획.
이번 주는 총 3권의 책(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 1,2, 첫 책 만드는 법)을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었다. 세 권 모두터틀넥프레스 출판사 대표님이 쓰신 책인데, 함께 배울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진심이 느껴졌다.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며 업을 쌓고 그 노하우를 담아 책으로 완성하는 작업이 너무 멋있다.
예전에 대학원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퇴근 후 학교에 와서 앉아있는 게 “업”을 만들러 온 건지, “고명”을 만들러 온건 아닌지를 생각해 보라셨던 말이 떠오른다. 난 그깟 없어도 그만인 고명만 올려온 속 빈 강정일까. 지금 멈추면 그렇게 될 것 같다. 시도들이 연결될 때까지 계속 시도하는 수밖에. 또다시 떠오르는 키에르케고르의 말을 유념하자.
지금의 내가 되고 싶던 나에게 서럽게 인사하는구나! by키에르케고르. (나로 늙어간다는 것, p. 49)
금요일에는 추석 연휴 시작 전에 한 번 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고 싶은 마음에, 부랴부랴 빌려온 책을 다 읽고 반납하러 갔더니 휴관이었다(개천절 공휴일이라는 걸 깜빡). 그래도 그 덕에 빌려온 책을 빠르게 읽었고 다음날 다시 가서 빌리고 싶었던 책 5권을 무사히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책 구출작전을 방불케 하는). 책과 함께해서 행복한 추석연휴가 되기를 :)
월-목요일은 5K, 개천절 금요일과 토요일은 10K, 총 40K를 달렸다. 아침 달리기를 하고 나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보다 확실히 몸이 풀리는 게 느껴진다. 움직이며 땀 흘리면, 없던, 또 없을 것 같던 활력이 생기니 안 할 수가 없다. 청소 안 하는 휴일에는 아침, 저녁으로 10K씩 총 20K에 도전해보고 싶다(이러고 안 함).
몸에 좋은 제철음식으로 건강하게 먹으려 노력했다. 한 주 시작에 앞서 일요일 저녁에 카레와 밥을 하고 소분해서 6인분을 냉동실에 채워놓으니, 전투태세를 갖춘 느낌이 들었다.
이번 주에는 구내식당에서 가지덮밥, 저녁에는 서리태콩밥, 연근, 볶은 땅콩을 새롭게 먹었다. 특히 반찬가게에서 사 온 연근조림이 식감도 좋고 짜지도 않아 기대이상으로 맛있었다. 뿌리채소가 몸을 따뜻하게 한다니 고구마 대신 연근을 많이 먹어야겠다.
밤고구마를 정말 좋아하지만 먹을수록 배에 가스가 차는 느낌이 들어 이별하기로 했다. 방귀대장 뿡뿡이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채소카레를 만들 때도 고구마 대신 감자를 넣어야겠다.
반성
끊임없이 불만을 생산하는 내가 불만제조기 같다. 막상 민생소비 2차 쿠폰 지급문자를 받고 나니, 차라리 소득이 높아서(상위 10%) 지급 거절문자를 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또 원래 개천절날 당직근무할 예정이었는데, 10월 말 당직예정인 후배가 바꿔달라고 해서 바꿔주고 연달아 쉴 수 있게 되자마자, 좀 더 일찍 바꿨으면 여행일정을 짜봤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불만이 인간의 무의식적 본능이라면, 의식적으로 감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감격반의 ‘감사’ 파트를 꾸준히 쓰며 사소한 일로 잊히기 쉬운 감사함을 자꾸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연관글>
<참고자료>
- 책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Haruki Murakami, 2009)
나로 늙어간다는 것(엘케 하이덴라이히, 2025)
-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