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주 차
일상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에. "감사"하고, 되고 싶은 나로 중심 잡고 살기 위해 애쓴 일은 "격려" 하며, 후회되는 일은 돌아보고 "반성"하는 이야기.
감사
한 주를 시작하는 일요일 저녁에 온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해 지난 3주간 읽은 책과 일상을 함께 회고하는 시간을 가지며 9월 한 달을 돌아볼 수 있었다.
돌아보니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인 가을로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으로 시작해 총 세 권의 책을 읽었고, 독서 메이트들이 읽는 책들은 또 왜 이렇게 재밌어 보이는지 출구 없는 독서의 매력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남의 '책'이 더 재밌어 보이는 법). 10월에도 꾸준히 독서를 이어 가기를!
9월은 천고마비의 계절이기도 하여 순리대로? 맛있는 음식을 그득하게 챙겨 먹었다. 점심은 주로 구내식당에서 먹었는데 고사리, 취나물, 비름나물 같은 제철나물과 치폴레소스를 곁들인 샐러드가 맛있었다. 채소 먹기를 염두에 두니, 영양사님이 얼마나 식단에 신경 쓰시는지 느껴진다. 역시 최고다.
저녁은 주말에 미리 만들어 둔 채소카레가 맛있어서 주 7일 중 5일을 먹느라, 지난 3개월간 한결같이 고수했던 두부식단이 허무하게 밀려났다. 양파, 다진 마늘, 생강, 풋고추가 들어가는 채식요리사님의 레시피를 감사하게도 직접 전달받아서 거의 그대로 따라 하고 약간 매운맛의 카레를 넣었더니, 엽떡, 마라탕 같은 자극적인 매운맛과는 결이 다른 건강한 매운맛에 먹고 나서도 한참 동안 속이 따뜻했다. 일년 전 주위에서 하도 엽떡엽떡 하길래 호기롭게 오리지날 맛으로 시켜먹었다가 다음날 종일 속이 쓰려 드러누워있던 것과 대비됐다.
외식으로는 일요일에 간 카페에서 먹었던 흑임자크림 도넛이 나의 할매입맛을 저격했고(또 먹을 각), 목요일서울 어느카페에서 먹은 갓 구워 나온 레몬 마들렌도 맛있었다. 역시 빵은 갓빵(갓 나온 빵)이다. 이날 밥을 한 끼도 안 먹어서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에 고속터미널 내 소녀방앗간에서 채소영양밥과 우렁된장찌개를 먹었는데, 정갈하고 맛있었다(재방문각). 터미널 오갈 때 갈 식당을 알게 돼서 좋다.
목요일에 서울로 올라가며 KTX에 자리가 없어 입석을예매했는데, 열차 승하차 구간에 설치된 보조 접이의자에 앉아갈 수 있었다. 덕분에 가지고 간 책 한 권도 다 읽고, 일반석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돈도 굳었다.
이번 주 Aurum moment(빛나는 새벽)는 월요일과 수요일로 우열을 가릴 수가 없게 빛이 났다.
월요일의 모습은 이곳에 6년 넘게 거주하며 수많은 일출을 봤음에도 처음 보는 모습이라 생경했고, 수요일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출의 정석 같은 모습이라 오랜만에 보니 감동이 솟구쳐서 좋았다. 아침마다 태양의 기운으로 충전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격려
비가 왔던 목요일을 제외하고 월, 수, 금요일에는 5K, 화, 토요일에는 10K를 달렸다. 화요일은 알람이 울리는데도 무기력하게 누워서 폰을 만지다가 이럴바에는 차라리 일찍 나가 달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평일임에도 10K를 달렸고, 토요일 저녁 10K 달리기까지 마치고 나니 비로소 한주를 마무리한 느낌이 들었다.
지난주 생리통을 심하게 앓고 나서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보고자 매일 생강차를 타서 텀블러에 담아 출근했다. 차마 생강 본체(건더기)를 먹을 엄두가 안 나서 카레 재료로 사둔 생강청을 물에 탔더니 먹을만했다.
시간이 촉박한 출근 전에 정신없이 챙기다 보니 맛이 어떤날은 밍밍했고, 또 다른날은 물 끓이는 걸 깜박해수돗물에 타가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왕 시작한 거 웅녀?처럼 100일 지속해 봐야겠다.
금요일 퇴근 후에는 일요일에 이어서 두 번째 카레를 만들었다. 6끼를 만들어 냉동보관 해놓으니 뿌듯했고, 이제 나도 ‘조리’에서 나아가 어디 가서 눈물 젖은 양파 좀 썰어봤다고 할 수 있는 ‘요리’경험이 생겼다.
토요일에 지난 3주간 읽은 세 권의 책(인간실격, 섬, 경험의 멸종)을 엮어 브런치에 글(놓지마 ‘기대’줄)을 발행했다. 마음과 달리 글 쓰는 속도가 더뎌 힘들었지만, 쓰고 나니 8월 말에 세웠던 계획대로 실천에 옮겨 뿌듯했다.
목요일은 8월부터 계획했던 서울에 가려고 연차를 냈는데 아침부터 비가 와서 귀찮은 마음이 들었지만, 책 <경험의 멸종>을 읽으며 중요하다고 느꼈던 직접경험을 위해 강행했다(서울에 갔다 오면 감격반 연재글의 '격려' 파트 하나를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서울에 간 목적은 '니은서점' 방문과 '안토니곰리전' 관람이었다. 비록 니은서점을 운영하시는 노명우 북텐더(작가, 교수)님을 만나지는 못했지만(최근에 근무일이 바뀌었다고 한다), 오히려 말주변이 없으니 메일로 문의드리는게 다행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서점에 진열된 책과 북텐더 추천글을 읽으며 한참 있다가 나왔다.
그리고 지난 8월 원주 뮤지엄산에 이어서, 서울 타데우스 로팍, 화이트하우스에서 전시 중인 안토니 곰리전을 관람했다. 공간과 인간의 불가분적 관계를 표현하는 안토니 곰리의 조형물을 접하며, 원주에서는 '외부' 공간과 인간의 불가분적 관계에 주목해서 봤다면, 서울에서는 정신이 깃드는 '내부' 공간이 눈에 들어와혼연일체, 물아일체가 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잘 돌보고 가꾸며, 좋은 공간에 나를 데려다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반성
새벽기상, 독서, 글쓰기 활동이 처음 시작할 당시에 비해 느슨해져 작심삼'월'을 느낀 한 주였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다시 한번 작심삼월할 10-12월의 시간을 앞두고 있다.
날씨가 추워져서 가을이 끝난 것 같다고 구시렁거리는 내게 차장님이 단호박 말투로 “아니거든? 이제 가을 시작이거든?” 이라고 하셨다. 그 말이 좋았다. 올해가 아직 삼 개월이나 남았고, 다시한 번 시작해보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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