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문제인식: 고립
여러 이유로 나한테는 싱글의 삶이 최적이라 여기고 있지만, 직장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 틈에서 지내다 보면 이또한 쉽지 않다는 걸 실감 중이다. 남과의 의식적 비교를 멈추지 못하고, 주위에서 결혼-육아-내 집마련-재테크의 퀘스트를 진행하는 얘기를 듣게 되면, 난 정상궤도에서 이탈한 '사회부적응자'가 되어가고 있는 건가 불안하다.
내가 소속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집단에 ‘긍정적’인 정서를 지니고 있어야 하고, '유대감'을 느끼고 있어야 비로소 소속감은 외로움을 떨쳐내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외로움을 소비하는 사회, p. 115)
앞으로 나는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사람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갈테고, 노년에 맞이할 국면도 다를 것이다. 1인생활자의 롤모델, 사회적 양식이 있으면 좋겠다. 나 자신을 책임지고, 부모노후, 대가족 중심의 장례문화 등 앞으로 마주하게 될 일을 생각하면 막막하다.
작년에 회사 부장님께서 나에게 개나 고양이를 길러보라고 권유하시길래 혼자 있고 싶다고 답해 말문을 막히게 해드린 적이 있다. 물론 외롭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데, 솔직히 혼자 있는 게 더 좋은데...
앞으로 혼자 오롯이 살아가기 위해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문제정의: 고립, 고독, 사교
이완정, 박규상의 <외로움을 소비하는 사회> 에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외로움의 부정성에 주목하는 바람에,외로움이 주는 긍정성에는 소홀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물음을 던진다.
외로움은 흔히 'loneless'로 홀로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을 말하지만, 또 다른 단어인 'solitude'를 사전에서 찾으면 (특히 즐거운) 외로움, 고독이다.
(p. 299)
또한 이 책에서는 외로움을 '일시적 외로움'과 '근본적 외로움'으로 구분하며, 일시적 외로움은 소소한 소비행위로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작년에 내가 생전 관심 없던 피규어(무민의 방랑자 ‘스너프킨’, 인사이드아웃의 ‘불안이’)를 사들이던 행동은 일시적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소비였다.
하지만 근본적 외로움을 해소하려면 '따로 또 같이'를 실천해야 하는 것 같다. 자발적 외로움(solitude)을 추구하는 한편, ‘호오’를 기반으로 한 집단에서 소속감과 유대감을 쌓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송길영 작가가 자신의 호오를 악착같이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나 보다.
이 자발적 외로움인 ‘고독’에 대해 한근태의 <애매한 걸 정리해 주는 사전>에서는 고독은 성장을 위해 의도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고, ‘고독’과 사교'는 반대말이 아니라 쌍둥이 같은 존재라고 하는데, 과연 그렇다.
'사교'는 '고독'과 반대말 같지만, 사실 둘은 쌍둥이 같은 존재다. 고독할 수 있어야 사교할 수 있다. 혼자 잘 지낼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다른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다.(애매한 걸 정리해 주는 사전, p. 59.)
문제해결: 따로 또 같이
한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충만하게 보내지 않고 고립을 향해 가고 있었다. 다행히 요즘 나아지고 있다고 느끼는데, 앞으로 퇴근 후-출근 전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귀하게 여기며, 다시 시작한 글쓰기에 중심을 잡고 싶다. 적극적으로 고독을 추구하며 살고 있는 하루키상처럼!
In certain areas of my life, I actively seek out solitude. Especially for someone in my line of work, solitude is, more or less, an inevitable circumstance.(haruki, p. 19.)
한편 교육기획자 윤소정 님의 말처럼, 누군가와 연결되면 성장을 할 수 있겠구나 싶다. 나 자신을 빌드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난달부터 온라인으로독서 모임을 해보니 원하는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게 먼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의 국민작가로 유명한 80대의 엘케 하이덴 라이히는 책 <나로 늙어간다는 것>에서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들려면 우리 삶에 최소한 한 사람이라도 함께할 사람들이 있어야 하고, 그들과 어울렸다가 그들 없이 다시 혼자 있으면 좋게 느껴지는 게 올바른 공식"이라고 말한다.
결국 혼자 살아가기 위해 고독(solitude)은 '필수'고, 함께 연대할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필수적 활동과 필요적 활동의 밸런스를 맞춰나가야겠다. 그래서 종국에는 나도 저자처럼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인생이길 바란다.
나는 친구들과 긴긴밤을 보내면서 이런 주름을 얻었다. 많이 웃고 많이 사랑하면서, 건강에 무신경하게 멋진 삶을 살면서 이런 주름을 얻었다.(나로 늙어간다는 것, p. 27.)
엔딩송: 작은마음(영화 ‘문경’ ost, 나태주 시)
너 지금 어디쯤 가고 있니
너 지금 누구하고 있니
너 지금 무엇하고 있니
너 어디에 있니
너 지금 어디서 누구하고 무엇을 하든지
네가 너이기를 바란다.
너처럼 말하고 너처럼 웃고
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너처럼 잘 살기 바란다…
<연관글>
<참고자료>
1. 책
나로 늙어간다는 것(엘케 하이덴 라이히, 2025)
외로움을 소비하는 사회(이완정, 박규상, 2025)
애매한 걸 정리해 주는 사전(한근태, 2022)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Murakami haruki, 2009)
2. 방송/유튜브 영상
라디오스타 '류승수'(2019)
코타로는 1인가구(2022)
정희원의 저속노화 '송길영'(2025)
소울정 '20대에는 몰랐고, 30대에는 알게 된 것'
문경ost ‘작은 마음’(오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