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하루키챌린지

글쓰기, 기상, 운동, 식사 루틴

by KRUKI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22년, 직장과 병행했던 대학원을 겨우 졸업하고 읽은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마음에 꽂히는 문장을 만났다.

묘약을 빚으려면, 기술이나 학문만이 아니라 '끈기'도 필요한 법이오. 오묘하고 힘차게 무르익으려면 시간이 걸리는 법이라 묵묵히 몇 년씩 그 일에 매달려야 한단 말이오. by 메피스토펠레스


나는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멀었다는 메시지 같았다. 실제로 그랬다. 그럼에도 '그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탐색하는 시간을 갖지 않은채 그럴듯해 보이는 일에 눈 먼 열정으로 매달리다가 방황했고, 요즘에 와서야 책을 읽고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제 원점에서 나만의 묘약을 빚을 수 있도록 하루키상의 규칙적인 일상 루틴을 적용하며 오묘하고 힘차게 무르익고 싶다.

일단 리듬이 설정되면, 그 뒤는 어떻게든 풀려나간다. 그러나 탄력을 받은 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확실하게 돌아가기 시작할 때까지는 계속 가속하는 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요즘 나에게 의미 있는 독서, 글쓰기와 수면, 운동 등 부수적 활동이 제때, 제대로 루틴으로 자리 잡았는지 8월 보름간의 일상을 돌아보며 살펴보고자 한다.


글 읽기


틈만 나면 책을 읽었습니다…아무튼 닥치는 대로 읽을 것. 많은 이야기에 내 몸을 통과시킬 것. 수많은 뛰어난 문장을 만날 것. 때로는 뛰어나지 않은 문장을 만날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8월 1일부터 15일까지 5권의 책을 접하며, 외로움과 고독을 주제로 그간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문장들을 만났다. 또 병렬독서를 해보니 나는 한 권을 쭉 읽는 게 더 맞는것도 알게 되었다.


지난날 나도 하루키상처럼 틈만 나면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더라면, 나아갈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주는 문장들을 만나며 혼자 오래 헤매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지금부터라도 매일 평일 저녁 일정 시간에, 주말에는 집중적으로 책을 읽으며, 많은 이야기에 내 몸을 통과시켜야겠다.



자료 모으기

솔직히, 뭔가 써내는 것을 고통이라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내 머릿속에는 큼직한 캐비닛 설비가 있습니다. 영화 'KAFKA'에서 카프카가 방대한 수의 서랍이 달린 캐비닛으로 가득 찬 성에 잠입하는 장면을 보고 '아, 이건 내 뇌구조와 좀 통하는 풍경인지도 모르겠다'라고 퍼뜩 생각했던 게 기억납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하루키가 본인 뇌구조와 비슷한 풍경일지 모른다고 언급한 영화 KAFKA의 ‘캐비닛’을 보니, 제텔카스텐의 창시자로 수많은 논문과 저서를 남긴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의 ‘메모서랍장’과 연결되었다.


올 상반기부터 메모를 연결하는 제텔카스텐과 옵시디언(제텔카스텐을 디지털로 구현한 프로그램)을 배우고 싶어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도 따라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결국 8월 초 인강까지 듣고 나서, 매일의 독서기록들을 연결시켜 글을 써보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옵시디언에 좀 더 익숙해져서 언젠가는 나도 하루키상처럼 ‘융통무에’의 상태를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독서기록이 연결되어 어떤 글로 완성될지 기대하며 즐겁게 해보자!


글쓰기

나는 매일매일 20매의 원고를 씁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네다섯 시간, 책상을 마주합니다. 하루에 20매의 원고를 쓰면 한 달에 600매를 쓸 수 있습니다. 단순 계산하면 반년에 3,600매를 쓰게 됩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8월 1일부터 15일까지 32개의 독서메모를 생산했고, 일부를 엮어 브런치에 4편의 글을 발행했다. 앞으로도꾸준히 이어가기 위해 하루 2개의 독서메모를 생산하고, 주 1편 이상 글을 발행하는 것으로 목표를 정해 계속 쌓아나가보려 한다,



글 다듬기


한 문장을 수없이 다시 읽으며 여운을 확인하고 말의순서를 바꾸고 세세한 표현을 변경하는 ‘망치질’을 나는 태생적으로 좋아합니다.(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발행하고 나서도 계속 문구를 수정하고, 내용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찾아서 추가하고 흡족해하고, 필명에 의미를 부여하며 기뻐하는… 글쓰기에 진심인 나를 발견하고 있다.



기상
새벽에 일어나 주방에서 커피를 데워 큼직한 머그잔에 따르고 그 잔을 들고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켭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8월부터 다시 새벽기상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번번이 실패했는데, 지속하고 있는 비결에는 기상루틴이 한몫했다. 폰 거치대를 화장실 옆 수납장에 놓고 알람이 울리면 끄고 화장실로 직행한다. 향 좋은 핸드워시로 손 씻고, 양치하고, 잔잔한 음악을 틀고, 따뜻한 차를 타서 고요하고 적막한 새벽뷰를 마주하며 책상 앞에 앉고 있다.


운동


나는 전업 작가가 되면서부터 달리기를 시작해 삼십 년 넘게 거의 매일 한 시간 정도 달리기나 수영을 해왔습니다. 정신과 두뇌와 신체의 경계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다지 뚜렷하게 명확한 선으로 구분되는 게 아닙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8월 1일부터 15일까지 12일간, 총 69.61km(평균 5.8km)를 달렸다. 평일에는 출근 전에 3~5km를 달렸고, 주말에는 10km를 달렸다. 페이스를 올리기보다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데 신경을 썼다.

울창한 나무가 줄지어선 초록공간이 좋아 달리기를 하는건지도


달리기를 시작한 지 4년 차인데, 소소한 이점이 많다보니 계속하게 된다. 첫 해는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뛰었고, 다음 해 부터는 천변에 조성된 코스를 달리고 있는데, 사계절 변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어 좋다(겨울은 좀 두렵네).


달리기 하니 살이 찌지는 않는 듯하고, 올해 건강검진에서 골밀도가 증가했다는 믿기지 않는 말을 듣기도 했다. 또 잘 풀리지 않는 문제 하나를 붙잡고 달리다 의외로 쉽게 해결했던 일도, 달리기 후에 내가 만들어낸 쿵쾅거리는 심박소리를 듣는 것도 좋다. 달리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식사


하루키는 책에서 내가 사는 마을에 두부집이 있다는 건 큰 축복이라고 표현한 적 있고, 실제매일 두부를 주식으로 먹는다고 한다.


올 상반기 쯤 퇴근길에 두부가게가 생겨 원래 두부를 좋아하던 나는 쾌재를 불렀고, 올해 7월 들어서부터는 가게에 들를 때 두 모씩 사 오다 보니, 지난주말에는 쌓인 포인트로 두부 한 모를 공짜로 가져올 수 있었다.


8월 1일부터 15일까지 13일간, 저녁으로 두부 반모를 먹었다. 식물성 단백질에 견과류, 블루베리(냉동), 제철과일을 곁들였으니 나름 슈퍼푸드 식단이다.

평생 감옥갈 일은 없기를 바라며


저녁식단을 정해버리니, 매번 뭐 먹지 하다가 샛길(과자의 길, 과식의 길)로 빠지는 일이 현저하게 줄었다. 감정적 허기를 과자 먹으며 유튜브 등 자극적인 영상시청으로 달래던 내가 건강한 두부식단과 제철과일로 여름을 나고 있다.


keep going :)


엔딩송: Walts for Debby(Bill evans trio)​



<관련 자료>

파우스트(괴테, 2009)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Haruki, 2009)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무라카미하루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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