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이제 내가 어른이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혼자가 되었다.
예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그동안 엄마는 아빠와 살고, 우리는 각자 결혼하여 따로 가족을 이뤄 살았던 거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엄마와 아빠를 보러 보였을 뿐이다.
우리는 가족이지만 따로 살고, 가끔 모여 어울렸다.
그게 그저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혼자 남은 엄마가 가족 없이 매일 살 수는 없다.
이제 난, 언니와 동생은 엄마와 살아야 한다.
엄마가 혼자라는 생각에 막막하지 않게.
아빠는 떠나셨지만 ‘아빠 우리는 이제 엄마랑 살아요’라고 혼자 말한다.
아빠는 병원에 입원할 일이 있을 때마다 혼자 남은 엄마를 안타까워했다. 집에 좀도둑이 한번 든 후, 엄마는 유독 혼자 집에 있는 것을 두려워했고, 혼자를 무서워하는 엄마를 아빠는 걱정했다. 아빠의 걱정처럼 엄마는 혼자 살 수 없다. 그래선 안 된다.
내가 돌보던 가족은 남편과 아들이었지만 이제 엄마도 있다.
매일 같이 밥을 먹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자주, 엄마와 밥을 먹고 싶다.
이제 우리는 그런 가족이다.
나는 엄마와 살아야 한다.
나는 정성을 기울이여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 체력이 닿는 한 정성을 기울여 준비하고, 나누고, 돕고 싶다.
그렇게 다시 행복을 만들고 싶다.
<어른>
어느 순간 바뀐다.
지금까지 지켰던 순서가, 질서가
바뀌는 순간이 온다.
늙어가는
노쇠한 부모는
더 이상 어른이 아니다.
이제 우리가 어른이다.
노쇠한 팔다리를 우리에게 의지해 걷고
자신의 생과 사를
자식에게 질문하고, 당부한다.
어른인 기억에
조심하고, 경계하지만
분명한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엄마는 어른이 아니고,
아빠는 어른이 아니다.
우리가 그들의 어른이다.
어른으로 그들을 돌봐야한다.
자식을 키우던 책임감이
다시 무섭게 덮친다.
이렇게 잠시 어른이 되었다가
나도 그런 어른이 아닌 때가 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