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남았더라도
조금 남은 채로 끝나면 안 되는 걸까?
내 수명이 남았더라도
내 기운이 남았더라도
이제 거의 다 살았다 싶으면
끝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음료수를 다 마셨다고 해도 그 병에는
음료가 약간 남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우린 그 음료병을 버린다.
몇 방울이 더 남았다고 음료수가 든 병이라고 하지 않는다.
생명을 음료수병에 비유한 것이 너무 심한 비유라면 미안하다.
하지만 거의, 충분히, 그런대로
다 살았다면 음료수 병처럼 끝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왜 사람들은 그걸 짜내지 못해서 안달일까?
남은 몇 방울을 꺼내겠다고 온톤 병을 쭈그려 트리고
칼로 잘라낸다면 우리는 얼마나 만족스럽게 목을 축일 수 있을까?
생명이 남았을 수 있다.
음료가 남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대로 끝낼 수도 있다.
그건 그리 아까워할 일만은 아니다.
어느 정도 선택 가능한 일이고,
때로 지나친 욕심을 걷어내는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연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대다.
100세 시대를 맞았다며, 과학과 의료 기술이 인간을 구원한 듯 말하지만
개개인을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거 같다.
삶과 죽음에 섣부른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원치 않으니 자꾸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잘 죽는 건 결국 잘 산 삶의 마무리이니
삶을 꿈꾸듯 죽음도 꿈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