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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 Jul 24. 2024

조금 남았더라도

조금 남았더라도

조금 남은 채로 끝나면 안 되는 걸까?

내 수명이 남았더라도

내 기운이 남았더라도

이제 거의 다 살았다 싶으면

끝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음료수를 다 마셨다고 해도 그 병에는

음료가 약간 남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우린 그 음료병을 버린다.

몇 방울이 더 남았다고 음료수가 든 병이라고 하지 않는다.

생명을 음료수병에 비유한 것이 너무 심한 비유라면 미안하다.

하지만 거의, 충분히, 그런대로

다 살았다면 음료수 병처럼 끝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왜 사람들은 그걸 짜내지 못해서 안달일까?

남은 몇 방울을 꺼내겠다고 온톤 병을 쭈그려 트리고

칼로 잘라낸다면 우리는 얼마나 만족스럽게 목을 축일 수 있을까?

생명이 남았을 수 있다.

음료가 남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대로 끝낼 수도 있다.

그건 그리 아까워할 일만은 아니다.

어느 정도 선택 가능한 일이고,

때로 지나친 욕심을 걷어내는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연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대다.

100세 시대를 맞았다며, 과학과 의료 기술이 인간을 구원한 듯 말하지만

개개인을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거 같다.

삶과 죽음에 섣부른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원치 않으니 자꾸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잘 죽는 건 결국 잘 산 삶의 마무리이니

삶을 꿈꾸듯 죽음도 꿈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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