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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년심판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

by 안광식

※ 이 글은 리뷰라기보단 감상평에 가깝습니다.



소년들과 관련된 여러 사건들을 다루는 법률을 흔히 '소년법'이라고 부른다. 이 법은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됐다. 작가의 주관적인 해석으로 보자면, "아직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의 실수를 어른들이 한 번 눈 감아주자"라고 느껴진다. 그러나 최근 언론들에 비치는 소년들의 범죄 행위들을 보고 있자면, 과연 사회가 이 정도 사안들에 대해 한 번 눈을 감아줘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중학생 몇 명이 누군가를 집단으로 폭행한 행위는 다반사이고, 자신의 부모님 연배의 어른을 폭행했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보인다. 소년을 보호하려는 법이 되려 성인들이 보호받아야 되는 기본적인 권리를 해친다면 반대로 어른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 또한 제정돼야 되는 것이 아닌가?




'소년심판'은 넷플릭스에서 2022년 2월 25일에 개봉된 1년이 조금 넘은 드라마이다. 해당 작품이 공개되기 전 예고 영상이 공개됐을 때 크게 두 가지 반응으로 양분됐던 것 같다. 첫 번째는 '김해수'라는 배우의 출연 소식, 두 번째는 최근 소년 범죄의 심각성과 맞물려 어떤 식으로 사회적 이슈를 풀어갈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본인은 해당 작품이 빨리 개봉되길 기대하면서도 후자의 편에 조금 더 기대감을 가졌다. 최근 공부하고 있는

'형사법'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작품 속 김해수 배우와 김무열 배우는 모두 소년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 역할로 등장한다. 김해수 배우는 사건에 대해 매우 냉정하게 법의 잣대로 판단하는 캐릭터이다. 반면 김무열 배우는 이와 정반대로 법정에 선 소년범들에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이들을 개선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캐릭터이다. 이 둘의 캐릭터들의 특징을 보면 소년범들에 대해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지에 대한 두 갈래의 큰 줄기를 보여준다. 아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치밀하고 계획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을 우리 사회가 냉정하고 엄격하게 처벌해야 할지, 혹은 기존 소년법의 취지에 맞게 그들의 잘못을 감싸줘야 할지는 아직 어느 한쪽의 의견이 지배적이다고 하기 힘들다. 그러나 최근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촉법소년 연령 하한'과 관련된 내용을 발표하며 그들의 범죄 행위들을 엄격히 처벌하려고 하고, 이에 대해 큰 저항이 없는 것을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 시소가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소년심판'이라는 작품은 여러 사건들을 나열해 놓은 옴니버스식 구성이다. 따라서 각 회차마다 수 개의 소년 범죄들을 다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편이라고 한다면 또래의 남학생들이 한 여학생에게 만취할 정도로 술을 먹이고 그 학생을 겁탈하는 사건이었다. 피해자는 여학생 한 명만이 아니었고 나이에 상관없이 여성들의 성(性)을 착취하고 영상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또 다른 2차, 3차 피해로 내몰았다는 점에서 "과연 이게 소년 범죄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불쾌감이 들었다.


아직 미성숙한 소년들은 분명 우리 사회가, 그리고 어른들이 보호해야 할 대상임은 분명하다. 나 또한 그런 사회적인 보호책들이 없었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지 누구도 알 수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과거 나의 미성숙함은 어른들로부터 따뜻한 손길로만 어루만져졌던 것만은 아니었다. 잘한 일이 있으면 상을 받았듯이, 잘 못한 일이 있으면 혼이 나는 것도 당연했다.


예전에는 경찰서라고 하면 잘못한 게 없어도 괜히 무서운 곳이었는데, 이제는 잘못한 게 있어도 '소년'들은 경찰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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