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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토브 리그

99%의 이성과 1%의 인간미

by 안광식

※ 이 글은 리뷰라기보단 감상평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눈앞에 닥친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함에 있어서 "잘 될 거야"라는 말을 종종 내뱉고는 한다. 나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함도 있지만, 나 스스로에게 거는 일종의 최면 같은 말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그 말에 의문을 갖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




스토브 리그라는 드라마는 작품 속에서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드림즈'라는 만년 꼴찌팀 야구단을 우승팀으로 만들고자 하는 '프런트', 두 번째는 돈이 안 되는 야구단을 매각 또는 해체하려 하는 '그룹 운영진'. 얼핏 보면 두 그룹 간의 싸움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 작품은 사실 '백승수 단장'이 보여주는 냉철한 문제 해결 방식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그의 인간다운 모습이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다. 백승수 단장(이하 '백 단장'이라 하겠다)은 전년도 씨름팀을 우승시키고 새롭게 드림즈에 취임한 신임 단장이다. 그가 야구단 프런트의 수장이지만 사실 그는 야구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그럼에도 그가 단장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해당 구단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과 코치들 사이에서의 불화, 낙후한 야구장 운동 시설 등 드림즈가 직면한 문제점들을 정확히 캐치해 내며 야구를 잘 몰라도 야구단을 잘 운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단순히 내가 이 스포츠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가 유일한 성공의 척도는 아님을 보여준다. 자칫 잘못하면 냉혈한에 싹수없어 보일 수 있는 캐릭터가 그럼에도 직장 내에서 사람들이 따르고 싶어 하는 상사가 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는 간혹 그가 보여주는 인간미 덕분이다. 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를 할 때 핸드폰으로 음식 사진을 찍는 다던가, 직원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할 때에는 민망한 듯 기침을 하는 모습 등에서 직원들은 그래도 백 단장에게서 흘러나오는 사람 냄새에 묘한 귀여움(?)을 느낀다.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많다.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지는 어떤 일이 누군가에겐 큰 고민 없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작품 속 백 단장의 모습이 딱 그런 모습이었다. 몇 년 동안 해결 되지 않던 고질적인 문제들을 깔끔하게 해결하는 모습들. 그런 그의 모습에서는 무작정 "열심히만 하면 된다"라는 태도보다는 문제의 핵심을 냉철하고 정확히 파악하여 최대한 효율적으로 해결하려는 그만의 스타일이 돋보인다.


'리더'라는 자리는 늘 불안하고 외로운 자리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주 '좋은 사람'이 되려 애쓴다. 그래서 당장은 사람들과 행복해질 수 있으나 자칫 큰 프로젝트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은 그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게 된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불안함과 외로움이 그의 마음을 쓰리게 할 것이다. 그래서 리더는 늘 어려운 자리다.

어쩌면 그래서 백 단장의 문제 해결 방식은 남다르다. '좋은 사람'이 되기보단 '잘난 사람'이 돼서 구단이 직면한 문제점들을 빠르게 해결하는데 그치지 않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여러 방향들을 모색한다. 그리고 스스로 방향을 정한 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직원들의 능력치를 최대한 이끌어 낸다. 그리하여 설정한 목표를 이루게 되면 직원은 스스로 대견함을 느끼게 될 것이고 백 단장이 이끄는 '드림즈'라는 배의 선원들은 더욱 힘을 낼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는 백 단장과 같은 리더가 필요한 사회가 아닐지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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