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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VR

by 안광식

부는 바람에도 머리카락이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살랑살랑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함께 걷는 이 길 위에서 각자의 손에 들린

따뜻한 커피가 뿜는 구수한 냄새에

노란색으로 물든 잎들은 더욱 짙어지고

혼자 떨어지는 저 낙엽에 퍽 외로워 보인다며

떨어져 있어도 우린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고

당신 옆에 서서 말하는 동안

내 왼손을 슬며시 잡아주는

당신의 오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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