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 아버지,
오래오래 술에 절여 끈적이는 피고름 같은 목소리다
-내 새끼 당장 집에 보내! 식당에 설거지할 년이 없다고! 당장 내 새끼 보내라고!
-내가 식칼 들고 당장 갈 끼야!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을 끼야!
-아버님, 지금 나리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수업 중 이런 전화는 곤란합니다!
(나리야, 어서 도망가)
-아버님, 나리가 아프다고 해서 방금 병원에 보냈습니다
-네 년이 내 딸을 또 빼돌려? 거기 그대로 있어! 당장 가서 찔러 죽일 끼야!
-선생님, 저 집에 갈래요
-희망 따윈 제발 말하지 마세요
-살 날이 산 날보다 더 많아서 끔찍한 게 뭔지 아세요?
요절한 꿈을 등에 업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저벅저벅 노을 진다
나리 아버지,
물보다 진한 핏물의 승자,
알코올향 가득한 웃음소리가 파란 하늘보다 시퍼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