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탕이 있는 온천에 가면 좋다. 때를 박박 밀어 무엇할 것인가 싶어 야외 온탕에서 땡볕에 맞서 고개를 들고 펄펄 끓는 하늘을 마주 한다.
여름 바람이지만 그래도 바람이 부는 건 심장을 꿈틀거리게 한다.
야외 탕에서 대낮의 하늘을 훔치고 낯선 익명의 사람들을 뜻 없이 훔친다. 어쩔 수 없이 시야가 원시성을 오롯이 간직하는 거다.
인간 내면의 숨겨진 심리를 당당하게 발휘하고도 죄의식이 없는 원시성이 탕을 나가는 순간 문명이란 것을 만나게 된다.
어떤 익명이 머리를 빡빡 밀었다. 어설픈 탐정놀이에 몰두한다. 스님이거나 중증 환자이거나.
이왕이면 스님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항암을 하느라 머리가 빠진 거면 슬프니까. 아프니까.
목욕이 끝나고 원시성을 제거한 익명들을 다시 만난다.
아, 그분은 스님이었구나.
다행이다. 스스로 선택한 삶일 테니. 건강한 삶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