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하루에 속해 있을 때는 전혀 알지 못한다. 퇴근길에는 드디어 제정신이 돌아온다.
잠시라도 온전히 걸어야 빼앗긴 영혼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동네 산을 걷는다.
나뭇가지는 갓 올라온 아기들의 앞니 같다. 꽃보다 나무가 더 사랑스러울 때가 자주 있다. 이 사랑스러움을 말로 표현할 수도 없거니와 어떤 용어로 못 박을 수도 없다.
마침 나지막한 동네 산이라 급한 사람 하나 없는 길이다.
함께 걷는 이들은 자지러지게 웃다가 소나무에 혼나기도 한다.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가 축 늘어져 걷다가는 돌 틈새로 비집고 피어난 들꽃들의 눈 흘김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세상의 노래를 들을라치면 산새 소리, 바 람 소리, 다람쥐 도망가는 소리가 더 아름다운 거다.
이런 귀함을 오롯이 호흡하여 다시 한번 겸손해지는 순간이다.
바람이 더 세게 불었으면 좋겠다. 바람이 오른쪽 뺨을 때린다면 왼쪽 뺨도 선뜻 내줄 생각이 간절해지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