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책을 너무 많이 샀다. 쉽게 읽히는 책이 있고 한 장을 넘기기 힘든 책이 있다. 후자가 더 많다. 김민정 시인이 책 제목과 종이의 재질에 심혈을 기울인다기에 나도 그 부분을 면밀히 살펴본다.
제목이 끌려 먼저 잡게 되는 책이 있고 표지 색깔과 종이의 재질이 나의 손을 휙 잡아당기는 책이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책의 공통점은 저자 이름 뒤에 괄호가 있고 괄호 안에 탄생연도와 이음줄(~)이 있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이음줄 뒷부분이 채워진 경우와 아직 비어 있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발행연도가 오래된 책은 그 당시 비어 있던 그 부분이 지금 이 시점에서는 채워졌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언젠가는 모든 이음줄 뒤에는 네 자리 숫자가 채워지고 괄호를 닫을 것이라는 점이다.
삶에서 의아한 점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괄호가 아직 채워지려면 한참 멀었다거나 계속 비어져 있을 거라는 묘한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비어있는 모든 것은 어쩌면 살아가기 위한 손바닥의 악력과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게 하는 버팀목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