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무감각화

by 올제

밥을 먹고 있을 때 부고 문자가 왔다. 화면 상단에 [부고]라고 뜨면 모든 행동이 순간 멈춤이 된다.


‘누구지?’라는 의문과 함께 불길한 예감이 스치는 거다.


그런데 문자 내용을 확인하고도 밥숟가락을 계속 들고 있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육고기나 생선처럼 살아 움직이던 것으로 만든 반찬을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맛있게 먹는 때가 있다.


부고 문자를 앞에 두고 고인에 대한 애도 없이 냉정하게 밥 먹는 행위는 씁쓸하다.


좀 더 나은 경우라면 잠시 수저를 손에 들고 입안의 음식물을 씹는 행위를 멈칫하는 정도이다. 잠시 충격 또는 애도의 의미로 먹는 행위를 멈춘다는 것으로 스스로 위안 삼는 경우이다.


하지만 문자의 주인공이 이생에서 만난 너무도 귀한 인연이라면 우리는 밥 먹는 행위를 이어 나갈 수가 없다.


그 자체가 부끄럽고 민망하여 수저를 놓고 식탁 위 생선의 눈동자처럼 일순간 끔찍하게 놀란 표정이 된다.


그리고 그 상황을 수용하기까지, 진정으로 애도하기까지, 급기야 평상심을 회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자기 자신, 가족, 친구, 친지, 지인의 단계로 슬픔과 애도의 크기는 줄어든다.


관계의 범위가 스펙트럼처럼 촘촘하게 세분화된다면 우리는 그 잣대에 맞추어 자신으로부터의 거리를 조준하여 감정을 발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고 문자는 관계의 깊이와 무게와 거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예기치 않은 쪽지 시험 같다.


밥숟가락을 들고 입안에 맴돌고 있던 음식을 마저 씹어 넘기며 타인의 부고 문자를 보고 있다.


잠시 스쳐 간 인연이었다 하더라도 그 순간 밥을 계속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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