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태어나서 이름을 가집니다.
어떻게 어떻게 이 세상을 잘 살아가라는 축복과 함께 ‘평생’을 함께 하는 이름이란 것을 가집니다. 다만 그 평생이 얼마간이 될지를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은 ‘미스터리’라는 이름의 신비와 불안을 함께 품은 꽃으로 피어납니다.
그 꽃이 어느 날은 너무 예뻐서 행복하다 그럽니다. 그 꽃이 어느 날은 시들고 병이 들었다고 눈물을 글썽입니다. 그 꽃이 언젠가는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매일의 아름다운 공존에 무감각해지며 있을 수 없는 영원성을 믿고 삽니다.
믿으니 살아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한편 태어나기 전에 이미 이름을 가진 것들이 있습니다.
비닐봉지, 종이컵, 일회용 수저, 나무젓가락 등은 처음부터 그 이름으로 잉태됩니다. 아주 빠른 시간에 생명을 갖고 잠시 세상에 나왔다가 단 한 번 쓰이고 나면 죽음을 맞습니다.
사람들은 편리하다고 합니다. 깔끔하다고 합니다. 시간과 노동을 벌 수 있다고 합니다.
일회용품들은 그렇게 허망하게 갈 줄 알았다면 가족이 지어준 이름을 가진 것들을 부러워하지 않았을 거라고 합니다.
여기까지 와서 낯선 이들의 손에 잠시 쥐어지고, 캄캄한 입 속을 잠깐 들어갔다 오니 세상 근심의 무게를 단박에 알아버려 그날 바로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합니다.
그러니 일회용품을 쓰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쓸모가 쓸모없어지게 노력 중입니다. 우리도 이제 당신의 삶과 조금씩 닮아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사랑도 분노도 믿음도 그저 성냥불처럼 확 타올랐다가 이내 식어버리고야 맙니다.
이런 우리의 이름이 당신의 이름과 다르지 않은 것이 되어 버릴까 봐 이쯤에서 헤어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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