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당신은 몇 살?

by 올제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물으니 그는 ‘아침햇살’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깔깔깔 웃었다. 썰렁한 개그라고 놀리면서도 재미있어한다.


참 멋지다. 짧은 순간이지만 대답을 희극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재치와 해학은 인생에서 상당히 소중한 자산이다.


한 번 따라 해 볼까 하고 ‘살’로 끝나는 단어들을 떠올려 본다.


햇살, 창살, 나잇살, 뱃살, 삼겹살, 목살, 안창살, 갈빗살, 화살, 몸살, 주름살, 넉살, 관세음보살, 자살...... 뭐지?


다들 어감이 별로다. 문장에 대입해 본다.


제 나이는 뱃살입니다. 제 나이는 화살입니다. 제 나이는 주름살입니다. 제 나이는 넉살입니다. 제 나이는 자살입니다.


헉! 마지막 문장은 소름이 끼친다.


시옷은 뭔가 사각사각이거나 식식 화가 났거나 거친 느낌을 준다.


창살은 나를 옥죄는 느낌이라 탈락! 뱃살은 너무 리얼해서 탈락! 주름살은 슬퍼서 탈락! 넉살은 안 어울려서 탈락! 나이를 억지로 만들려고 하니 억지스러워서 안 되겠다.


때마침 수확의 계절이니 그냥 발음 나는 대로 ‘제 나이는 햅쌀입니다~~~’라고 해야겠다.


햇살은 너무 민망하고, 햅쌀은 해마다 새로 나는 쌀이니 해마다 다시 태어나는 기분으로 좋다.


햅쌀처럼 계속 태어나고 배우고 익어가고 그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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