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말이를 하면서 “말다”를 생각한다. 계란 6개를 깬다. 거품이 날 만큼 한참을 저어야 부드러운 계란말이가 된다. 잘 푼 계란을 프라이팬에 한 번 얇게 익혀서 말아 올린다. 그다음 또 계란물을 부어 이미 말린 부분에 살그머니 이어주고, 그다음 계란물을 또 부어 이어 주기를 몇 차례. 몸이 굵어지면 세워서 가장자리를 익혀 준 다음 도마에 옮긴다.
칼을 넣어 살살살 잘라낸다. 몸속이 드러나게 눕혀 놓으면 아까의 그 이음새들은 오간 데 없다. 이렇게 인생도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건가.
끊길 듯하면 이어주고 말면서 둥글어지고 베이면서 아름다워지고. 계란 물은 제 몸을 뒹굴어 말린다.
말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김밥을 생각한다. 김 위에 밥을 펴 바르고 나머지 재료들을 가지런히 올린 후 힘껏 말아준다. 단무지와 당근, 시금치와 우엉은 서로 살갗을 맞대고 얼마나 민망할까? 칼에 베인 후 마치 꽃처럼 환한 김밥의 단면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고 하던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을 생각나게 한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고 하니 국물이 생각난다. 추운 겨울 저녁에 먹는 뜨거운 국물은 고달픈 하루를 말아서 먹을 수 있는 삶의 용매 같은 것.
제 몸을 둘둘 말아 소박한 포만감을 주는 계란말이와 김밥은 왠지 친구 같다.
고단을 말아줄 수 있는 뜨거운 국물은 왠지 엄마 같다.
온도가 느껴지는 음식은 제각기 자잘한 행복감을 가져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