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어디로 갈지 모릅니다

by 올제

'허리가 아프다'라고 쓰니 갑자기 온몸의 뼈가 들고일어난다. 당신 몸에 허리의 척추만 있는 게 아니라며 뼈들이 야단법석이다.


닳아가는 치아를 무겁게 받치며 애쓰는 잇몸 사이에서 뿌리들이 티 안 나게 고생하며 살았다고 흐느낀다. 알아주지 못해 미안!


오른쪽 어깨뼈는 몇 년 전 회전근개 파열로 생고생하던 고통을 잊었냐며 분통을 터뜨린다. 그래. 너도 미안!


내 손가락에게도 미안! 목뼈, 갈비뼈, 두개골, 슬개골, 무릎뼈, 발가락뼈, 손가락뼈,... 모두모두 미안!


허리에 관해 쓰려고 했는데 온갖 뼈들이 총출동하여 배가 산으로 간다. 요즘은 한 가지 생각에 깊이 몰입이 안 된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어느 순간 출발점이 어디였는지조차 기억이 안 난다.


그것이 시상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전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 후회와 아쉬움의 부스러기만 남는다. 후회와 자기 연민은 죽어서 사리가 될까? 그것도 뼈의 일종일 텐데.


뼈들이 부스러지고 으깨지고 그러기를 반복하다 새로운 덩어리로 굳어 사리처럼 될 때까지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쏟아부은 적이 없구나 싶다.


뭐든 할 만큼 하는 선에서 스스로 접을 줄 아는 이상한 포기와 자기부정이 가장 큰 문제다.


중용이라는 것과는 감히 비교가 안 되는 뭔가 많이 모자라는 이 어중간함. 이 메마름. 이 갑갑함. 파란 신호등에도 선뜻 출발을 못하고 빨간 신호등에도 재빨리 멈추지 못하는 이 어설픈 중압감!


마치 오래된 허리의 통증 같이 묵지근하다. 잔뼈가 굵었다는 말은 참말일까? 그렇다면 아직 잔뼈가 굵어지려면 갈 길이 멀다.


목에서 허리에 이르는 굵은 뼈의 무게감은 바라지 않는다. 언젠가 나의 시들이 잔뼈가 굵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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