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본격적으로 하기로 했다. 우선 생각날 때마다 책을 수시로 사 모은다. 책을 사면서 벌써 그 책을 읽었다는 환상에 사로잡히나 보다. 아니면 책을 사는 행위에서 위안을 얻나 보다.
방 한쪽에 서로가 서로를 딛고 올라가 쌓인 저들은 언제쯤 나에게 올까? 나는 언제쯤 저들 속으로 들어갈까? 톡톡 튀는 젊은 시인의 시집 <책기둥>을 읽으면서 제목이 신선하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이 방안의 책기둥은 신선하다기보다는 무료해 보인다.
먼지를 훌훌 털고 속을 드러내 보이고 싶단다. 너는 이럴 거면 왜 나를 붙잡았냐고 묻는 듯하다. 떠날까 봐 애써 붙잡았는데 막상 곁에 있으니 너를 귀히 대하지 못했다.
너를 읽지 못하니 너에게 기대 내 하루의 먼지를 내려놓고 싶다. 나는 너를 보고 싶고 나는 눈이 감긴다. 나는 너를 보고 싶고 너는 점점 희미해져 간다.
너를 베고 잠든다. 꿈속에서 어느 한 페이지가 꼬물꼬물 내 뱃속에 들어온다. 나는 아기처럼 문장을 밴다. 배는 점점 불러와 어느덧 시가 태어난다. 꼬박 10개월은 걸리겠지. 함부로 태어나서는 안 되니까. 내 삶도 먹고 내 맘도 먹고 아픔도 슬픔도 주는 대로 잘 먹어야 하니까. 태어나서도 또 자라야 하니까 함부로 급하게 태어나지 말아야 하는 거지.
책기둥은 딱딱한데 쓰러질까 불안해서 걱정되고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 너에게 기대 희한하게 잘 잔다. 다음 날 아침 목이 뻐근한데 희한하게 시원하다. 먼지 풀풀 쌓이는데 희한하게 든든하다.
희한한 건 그냥 희한한 거다. 그러니까 희한하다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