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잔상(殘像)

by 올제

“밀양은 어떤 곳이에요?”

“그냥 다 똑같아요.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죠!”


전도연이 묻고 송강호가 답한다. 유명한 영화는 이미 본 것 같다. 오래된 영화 <밀양>이 그랬다.


가짜가 진짜가 되게 하기 위한 기억의 사후 조작으로 영화 <밀양>을 진지하게 봤다. 아니다. 엄격히 말하면 밥 먹으면서 킬링 타임으로 보기 시작했다.


가볍게 시작했는데 진지해져 버렸다. 결론은 영화가 나를 ‘kill’했다. 빈 그릇을 치우지도 않고 밀양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준이 엄마가 밀양 어느 시골길에서 고장 난 차를 수리하기 위해 전화를 하던 시점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나의 영혼은 준이 엄마의 몸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같이 울고 같이 웃다가 함께 교회에 가고 함께 교도소에 가고 끝내 오열하는 순간까지 완전히 그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영화가 끝난 지 벌써 열흘은 더 지났다. 그런데 이상하게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준이 엄마의 복잡 미묘한 심정이 마치 내 것인 양 착각하고 있다.


과연 인간은 원수인 타인을 용서할 수 있는가?


계속 뇌리에 머무는 질문이다. 준이 엄마는 원수가 죄의식에서 이미 구제된 것을 확인하는 순간 진정한 분노에 휩싸인다.


아이러니인가?


자신이 용서해 주려고 했는데 절대자로부터 용서를 받았다며 웃어 보이는 그의 평온하기 그지없는 얼굴을 마주했을 때의 심정이 잘 이해가 된다.


인간의 심리는 이런 건가 보다.


용서하려고 갔는데 오히려 용서를 못 하게 된 그 상황이 이상하게 이해가 잘 된다.


용서라는 것은 과연 인간이 제대로 할 수나 있는 것인가 다시 물어본다. 그렇다,라고 답할 자신이 없어진다.


그러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막 솟구친다. 영화 속 준이 엄마가 내 속에도 있나 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관찰일기) 백화점 탈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