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말의 무게

by 올제


“이건 네게만 하는 얘긴데.”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우리는 ‘비밀’이라는 이름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비밀의 공유는 비밀의 속성을 상실하는 지점이다. 상대방에게 비밀을 지켜달라는 전제를 내세우며 시작하는 문장들의 강력한 주관성을 받아들이는 일이 엉뚱한 의무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는 왜 이와 같은 이야기를 내게 하는가? 나는 왜 국방의 의무를 억지로 수행하는 이등병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일까? 비밀이라는 단어는 태어나는 순간 이미 그 속성이 닳고 해지기 시작한다. 한겨울 논 가 살얼음처럼 살짝만 스쳐도 쨍그랑 깨지는 그것은 마치 땅속 깊숙이 숨겨둔 보물같이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며 끌어안고 있는 느낌이다. 무거워지고 가라앉고 씁쓸하고 묘하게 찜찜한 합의점 위에 외발로 서 있는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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