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착시

광고문자를 보다가...

by 올제

(광고)

‘오늘을 산다는 것’

매일 돈가스 튀겨요.


1시 삶은 고기 나와요♡


무료수신거부 0808539135



도원 시장 식육점에서 문자가 왔다. 광고다. 짧다.


그런데 생각이 길어진다.


‘삶’에 대해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 그래서인지 ‘산다는 것’이 눈에 확 들어온다. 눈을 번쩍 떴다. 답을 찾는다.


그런데 이 짧은 광고에 행간이 있다. 심지어 ‘나는 행간이오!’라고 소리치며 ‘눈에 보이게’ 한 줄을 비워 두었다.


비어 있는 한 줄은 짧은 순간 ‘삶’의 단편들을 보여 준다. 두더지 게임 하듯 고개만 삐죽 내밀어 보이고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 아래 몸이 어떻게 발버둥 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단편들이다.


그러다 정신이 번쩍 든다. ‘매일 돈가스 튀겨요. 1시 삶은 고기 나와요.’라는 말로 이른바 ‘현타’가 왔다.


이게 뭐지? 오늘은 산다는 것이 뭔지를 생각하다 불현듯 갓 튀겨낸 돈가스와 1시 ‘삶’은 고기를 생각한다.


이거... ‘사야’ 할까? 맛이 있을까? 더워서 반찬 하기도 귀찮은데 ‘삶은’ 고기나 살까?


갑자기 ‘산다는 것’이 ‘삶’이 되고, ‘삶’은 고기가 되었다. 앗. 이제야 이 문자가 (광고)인 것을 알겠다.


오늘을 '산다(live)'는 것은 매일 튀긴 돈가스 또는 1시에 삶은 고기를 '살(buy)'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면한 오늘의 생활을 하면 되는 것이다.


광고 속에 답이 있었다.


어제 튀겨 눅눅해진 돈가스나 핏물이 흥건히 흐르는 삶지 않은 고기는 ‘오늘’의 요소가 아니다.


오늘을 산다는 것은 ‘오늘’이라는 시간을 사는(buy) 것임을 느낀다. 오늘을 사거나(buy) 살거나(live) 매일 돈가스는 튀겨지고 1시에는 고기가 나온다.


식육점 아저씨는 중의법을 가장 잘 구사하여 삶을 노래하고 진정 오늘을 사는 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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