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두고 다니는 일은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이다. 뜨거운 태양에 반항하고 반가운 이들에게 손을 흔드는 일이다.
사람이 반가운 때가 있지만 가끔씩 장소가 반가운 때가 있다. 알라딘 서점이 ‘그냥 지나갈 거냐?’고 유혹했다. 아니다. 내가 먼저 대시한 거다.
들어가 보고 싶었고 모처럼 책 냄새에 젖어들고 싶기도 했다. 예전의 헌책방이 주는 낡고 투박한 손은 아니지만 새 책에서 느끼지 못하는 친숙함이 있어서 나는 헌책이 좋다. 밑줄을 그은 책의 주인공을 상상하게 된다. 이 사람도 나와 비슷한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나 하면서 시간을 넘나드는 텔레파시를 느낀다.
쉬엄쉬엄 서점을 돌다 찾고 싶은 책이 떠올라 검색대에 갔다. 책방 주인이 아니라 컴퓨터 씨에게 묻는 방식은 구수하지는 않지만 몹시도 편리하다.
그런데 모니터에서 어떤 글자가 깜박이고 있다. 이전 사람이 검색 창에 흔적을 남기고 간 거다. ‘인생이 허망할 때’라고 적혀 있다.
아, 책 제목인가 싶어서 돋보기를 눌러보았다.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란다. 갑자기 그가 궁금해졌다.
-당신은 오늘 인생이 허망하신 가요? 저도 가끔씩 인생이 허망합니다만. 당신은 왜 인생이 허망하신가요? 저는 왜 가끔씩 인생이 허망한 지 인생이 허망하게 느껴지지 않는 오늘 같은 날에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인생이 허망한 날에는 정말 허망해서 미칠 지경이에요. 당신도 오늘이 그런 날이었을 테지요? 그 책이 없어서 다행이에요. 바깥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도 다행이고요.
-다음에는 제 검색어를 남겨둘게요. ‘인생이 허망할 때는 커피를 내려요’. 아, 저를 알아보신다면 커피 한 잔 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