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야 하는 이유


머리가 지끈거리는

샘물처럼 맑은 하늘에는

때 묻은 욕심을

흘려 쓰는 것조차 미안하므로.


구름이 숨어버린

동해처럼 푸른 하늘에는

절망과 회환의 글씨를

긁적이기가 차마 민망하므로.


손오공이 타고 온

마차 같은 구름을 인 하늘에는

진지한 사랑의 고백을

하려다 그만 잉크가 말라버릴 것이므로.


속내를 알 수 없는 흐린 가을하늘에는

욕심과 회환과 사랑의 고백을

마음껏 쓰거나 혹은 그려도

머지않아 가을비에 씻겨 지워질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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