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고 반성함


공기, 빛, 시간, 공간 / Charles Bukowski 詩, 류시화 옮김


‘저에게는 가족도 있고 직장도 있었어요.


언제나 무엇인가가 내 앞길을


가로막았어요.


하지만 지금 저는 집도 팔고


여기로 이사왔어요.


커다란 작업실로!


이 넓은 공간과 빛을 보세요.


내 생애 최초로 무엇인가를 창작할


시간과 공간을 갖게 된 거에요.’



그렇지 않아, 친구.


창작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탄광 속에서 하루에 열여섯 시간을 일해도


창작을 해내지.


작은 방 한 칸에 애가 셋이고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해도


창작을 해내지.


마음이 분열되고 몸이 찢겨 나가도


창작할 사람은 창작을 하지.


눈이 멀고


불구가 되고


정신이 온전치 않아도


창작을 해내지.


도시 전체가 지진과 폭격과


홍수와 화재로 흔들려도


고양이가 등을 타고 기어올라도


창작할 사람은 창작을 해내지.



이보게 친구, 공기와 빛, 시간과 공간은


창작과는 아무 상관없어.


그러니 변명은 그만둬.


새로운 변명거리를 찾아낼 만큼


자네의 인생이 특별히


더 길지 않다면 말야




Air and Light and Time and Space



“you know, I’ve either had a family, a job,


something has always been in the


way


but now


I’ve sold my house, I’ve found this


place, a large studio, you should see the space and


the light.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I’m going to have


a place and the time to


create.”



no baby, if you’re going to create


you’re going to create whether you work


16 hours a day in a coal mine


or


you’re going to create in a small room with 3 children


while you’re on


welfare,


you’re going to create with part of your mind and your body blown


away,


you’re going to create blind


crippled


demented,


you’re going to create with a cat crawling up your


back while


the whole city trembles in earthquake, bombardment,


flood and fire.



baby, air and light and time and space


have nothing to do with it


and don’t create anything


except maybe a longer life to find


new excuses


for.”


― Charles Bukowski, The Last Night of the Earth Po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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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시만 생각해야 한다고 누군가 말했다. 24시간 시를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복잡하게 조여 왔다.


시에서 말하듯 '저에게는 가족도 있고 직장도 있었어요. 언제나 무엇인가가 내 앞길을 가로막았어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름대로 바쁘게 사느라 시를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떨 때는 시를 생각하는 것이 유행가 가사처럼 '내겐 너무 사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문득 시는 헤어져도 결국은 다시 만날 수밖에 없다는 운명 같은 계시를 신내림처럼 받았다. 사실 떠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시와 깊은 사랑에 빠지고 싶었지만 생활이 주는 묵직한 부담이 때로는 시공부가 허영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밀려오고 있었다.


때마침 시도 잘 써지지도 않고 집을 둘러보니 나만의 '시창작 공간'도 없다. 원망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언제쯤 시집으로 가득 찬 나만의 서재를 가지고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며 창작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나 하는 꿈을 품다가 현실을 보며 씁쓸히 헛웃음을 쳤다.


그냥 책을 좀 읽어보자 하고 소위 '시'에 관한 필독서를 '필독'하기로 마음을 다잡아 보았다. 그러다 이 시를 만나 머리를 망치로 맞은 기분이다. 마음을 오롯이 들켜버렸을 때 느끼는 민망함은 사춘기 소년처럼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하게 웃어 버리게 만든다.


시의 제목처럼 '공기, 빛, 시간, 공간' 이 언제 한 번 내게 없었던 적이 있었는가 하고 깊이 반성하게 된다. 창작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대단하고 화려하고 완벽한' 공기, 빛, 시간, 공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변명에 불과하며 시인의 말처럼 '새로운 변명거리를 찾아낼 만큼 나의 인생이 특별히 더 길지 않다면' 나야말로 '변명은 그만 둬'야 하는 것이다.


매일 아침 기계적으로 직장에 가고 퇴근 후 기계적으로 밥을 먹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일상이 얼마나 고마워해야 할 일인 줄도 모르고 '나만의 서재가 없다'는 어리석은 변명을 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창작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기본을 가지지 못하고 창작을 하고자 했다니 과거에서 현재로 보내 준 시인의 일침을 맞고 이제야 제대로 된 초심을 겨우 갖게 되는 순간이다.


시로도 사람을 때릴 수 있구나 싶다. 이런 걸 사랑의 매라고 하는가!



#Bukowski #류시화 #창작 #변명 #반성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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