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찜닭

찜닭 /올제



목을 뒤틀리는 순간 나는 눈을 감고 벼슬을 내려놓았다 세상에 온 지 35일 만이다 내가 살던 A4 한 장 짜리 원룸은 오직 나로 가득 찼다 닭대가리가 될까 봐 글자를 익히려고 했지만 모이 쪼아 먹으며 살찌우느라 하루가 갔다 TV 채널에선 나도 해본 적 없는 닭싸움을 인간의 대가리들이 죽으라고 해댔다 내 방 사이즈만 한 문서들을 들이대며 할퀴고 물렸다 말리려고 했지만 오늘 아침 내가 죽는 바람에 시간이 없었다 한여름의 냉동차는 나의 리무진 한여름의 대형마트는 나의 호화 저택 감개무량하여 벌거벗은 채 호객행위 중이다 제발 제수용으로 팔려나가라 토막토막 찢겨 낯선 감자와 사나운 고춧가루와 몸을 섞어 정치이야기의 수발을 들지 않게 하라 눈과 귀를 잃은 내 몸이 목이라도 펴고 올곧은 하나의 몸으로 어느 귀한 집 제상(祭床) 위에 당당히 올라앉아 나를 나고 죽게 한 종족의 경건한 절을 받게 하라 급기야 갈기갈기 나를 찢으며 인간의 대가리들을 뜯게 하라 나를 씹는 동안 고기가 되는 모든 종족의 비참에 대해 엄숙히 참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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