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노래는 혼자서 흘러간 것이 아니고 /올제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누굴 생각하나요
팔월의 햇볕을 온몸에 이고 진 사람,
오일장 장터를 음악과 함께 가고 있다
사람들의 발과 발 사이에 그의 얼굴이 가고 있다
반찬집과 순대집이 서로의 손님으로 길을 막고
까만 그의 등과 다리 위로 사람들의 땀이 떨어지고
그의 땀은 엎드린 머릿결에 땅바닥에 스피커에 지지직 스며들고
잠이 들면 그대는
무슨 꿈꾸시나요
나는 순대를 사겠다고 아까부터 줄을 섰고
커다란 은색 솥은 김이 치솟고
도마의 등에 누워 순대는 댕강댕강 절단되고
깊은 밤에 홀로 깨어
눈물 흘린 적 없나요
천 원짜리 한 장 내미는 이 없고
빨간 소쿠리는 바싹 메말라 있고
흘러간 노래처럼 그가 느리게 가고 있고
순대집 할머니,
내 차례의 순대를 얼른
까만 봉지에 다 털어 넣고 날더러 건네주라는 눈짓,
빨갛게 달아오른 나의 두 손 낮아지고 작아지고
때로는 일기장에
내 얘기도 쓰시나요
일기장에 반성을 쓰다가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네
빨간 원피스를 입은 꼬맹이가 돼지저금통을 깨고 있네
흘러간 노래는 혼자서 흘러간 것이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