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치약이 죽는 법

치약이 죽는 법 /올제



허리가 잘록

목이 잘록


울퉁불퉁


주로 그는,


불규칙적으로 말라가기 시작한다

몸에 살이 하나도 없이 거죽만 남는 경우가 없다


나는 치약의 거죽을 염하는 사람이 된다


인간의 침과 뒤섞여 물컹한 동굴 속 퀭한 절벽을

오르다 쓰러지고 오르다 쓰러지고


급기야 좁은 동굴 밖으로 분출하는 몹쓸 트림,

살이 스러지고 부서지고 구정물과 하나가 된다 강이 된다 바다가 된다


해방 같은 여행인데 두고 온 거죽과는 영원히 사별이다

칫솔 머리는 치약의 몸을 발끝부터 목젖까지 훑어 오른다

경직된 목구멍으로 밀려 올라간 내장의 찌꺼기들,

솔에 맞닿아 먼바다로 간다


몇 차례 훑어 올려 목젖이 퉁퉁 부을 때쯤 염을 시작한다

숨이 멎은 후 몸통을 가르고 거울 없는 내시경이 시작된다

칫솔이 들어가 샅샅이 몸속을 누비며 마지막 배설물을 닦아 낸다 벌어진 몸통을 콸콸 흐르는 물에 씻어 햇볕에 널어놓는다


모든 수분이 하늘로 날아오르면 거죽은 플라스틱 동족의 무덤에 가족장을 치른다 영원히 죽지 않을 무덤, 산더미처럼 솟아오를 무덤,


공포라는 이름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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