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가위바위보 / 올제
가위 바위 보를 했다
가위는 뾰족뾰족 두 입술로 바른 말만 하다가 바위한테 목숨을 잃었다
가위 바위 보를 했다
가위를 이긴 바위가 보에게 졌다고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바위는 움직이지도 않는 고집불통 멍청이었다고,
세상이 난리가 났다
산속 높이 치솟은 바위를,
밧줄을 부여잡고 기어오르던 그 바위를
보자기가 이겼다는 이야기가 온 마을에 퍼졌다
꿀단지를 감싸던 보드라운 보를,
명절에 선물상자를 동여매던 그 보자기를 바위가
못 당한다는 이야기가 온 나라에 번져 갔다
바위는 발아래 모든 것을 꾹 밟고 있었다
다래꽃, 덜꿩나무꽃, 들꽃, 나뭇가지, 솔방울, 낙엽, 흙먼지, 돌멩이, 다람쥐, 담비,
벌레, 때로는 구름과 사람
보는 해와 달을 따라 세상의 여러 보들을 찾아 흐르고 또 걸었다
황금색, 분홍색, 보라색,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검은색, 흰색, 가끔씩
무지개색과 사람의 손바닥
보들은 새로운 보를 만날 때마다 끄트머리 여린 살갗을 서로가 서로에게 꿰매고 이어
갔다
어느 몹시 바람 불던 날 강풍의 궐기로
보는 하늘로 산으로 휘익 올랐다
가위 바위 보를 했다
보는 가위를 이긴 바위를 끝내 이겼다
이것은 게임의 규칙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