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없는 것들의 이름

없는 것들의 이름 / 올제



1.

누군가 그의 이름으로 죽었다 한다

강물의 투명이 무서워 먹이를 찾아 나서지도 못했던 그가 미끼도 없이 죽었다 꼬리와 머리와 지느러미, 어디서부터 먹을까 순서를 토론하는 사람들이 무서워 팥으로 으깨진 내장을 오그리고 있었다 존재하지 않은 곳에서 이름을 불리며 죽는 것은 어떤 것인지 생각하며 우선 존재하기로 한다

2.

칼이 이름에 박혀서 그는 섬뜩하다고 했다 사람들이 시퍼런 칼로 꼬리와 지느러미와 대가리를 쳐내고 굵은 소금을 턱턱 뿌려 대서 속살까지 따갑다고 했다 얼마 전 이름을 갈치로 바꿨어요 혼자서 불러 보아요 갈치 가알치 가을치 그의 이름에서 칼을 뽑았더니 계절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3.

이렇게 넓은 나만의 방을 가지고 싶었지 눈을 닮은 꽃길 걷고 싶었지 오늘은 나를 아는 사람들이 가득 모였네요 다들 바쁠 텐데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육개장과 송편, 수육이랑 무침회 푸짐하게 드세요 오순도순 모여서 나에 관한 뒷담화를 마음껏 하세요 나는 여기 없으니까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아직도 그걸 잘 모르네요 지금은 더 모르네요 이제 내가 아니라서요

누군가 나의 이름으로 살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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