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 올제
자궁 밖에 조류를 잉태한 엄마는
하루 종일 본드 냄새를 마시고 있다
구부정하니 고개 숙여 깃털을 붙이고 있다
꿩의 모양을 한 조류는 알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포유류의 자궁 밖에서 플라스틱 알몸을 드러내고 있다
한여름에도 부끄러운 추위로 자존심을 뭉개 놓았다
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엔 예쁜 꿩이 잘 태어나지 않는다
좁쌀만 한 플라스틱 눈알이 핀셋의 힘 빠진 다리 사이로 떨어진다
빗물에 젖은 눈알은 제 몸을 찾아 구르다 각막이 찢겨 눈앞이 캄캄해진다
꿩을 낳던 엄마가 산통이 심하면 어쩌나 하고
울상이 된 소녀는 혼자서 동동 발을 구른다
붉은 양동이에 붉은 빗물이 흥건히 고인다
창이라 할 수도 없을 틈새로 그래도 노을은 붉어
소녀는 방 안의 아수라장에 눈이 멀고 싶다
꿩을 낳아 장만한 엄마의 장롱 뒤에 꿈을 심기로 한다
소녀를 사랑한 엄마는 장롱을 어정쩡하게 세워 두었다
한쪽 끄트머리 옆으로 소녀 하나쯤은 지날 수 있는 틈이 생겼고
문이 있으되 문이 보이지 않는 그곳으로 들어가면 세 개의 벽이 있다
시멘트벽과 엄마 손처럼 우둘투둘한 장롱 뒷면의 나무 벽 사이에 누운 소녀는
철이 없기로 한다 빗물로 곰팡이가 핀 천장 벽지에다 세상을 다 얻은 기쁨을 기록한다
혼자서만 꿈을 심기로 한다
마침 밤하늘은 양수 같은 폭우를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