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한 수감(收監) /올제
겨울 들판은 그림을 철거한 액자다
빈 나뭇가지에 낙엽같이 매달린 인간의 푸념들,
해는 등을 돌리다 말고 저 멀리 스포트라이트를 비춥니다
얼굴만 빼꼼 내민 고랑의 고라니와 논둑 위 늙은 개 한 마리 붉게 밝아져 옵니다
속 깊은 대화를 하는 걸까요?
동물은 다른 종끼리도 아름다운 소통을 하지,
라며 지나는 새가 인간의 말을 하네요
우리의 액자 속에서 그들은 점점 커져만 갑니다
밭고랑의 고라니는 하반신을 차에 치였을 거라고,
개가 인간의 말을 하네요
자기가 물었다면 이빨 자국과 핏물이 흘렀을 거라고,
스스로 증언합니다
인간은 의심이 많은 종족이니까,
라며 늙은 개가 혼잣말을 하네요
하나뿐인 앞발로 깊게 파인 밭고랑에서 온몸을 비트는 애착, 그의 액자는 때마침 출동한 119 대원의 철창 우리입니다.
세 발을 잡힌 고라니,
인간의 손에 거꾸로 매달려 쩌렁쩌렁 텅 빈 들녘을 웁니다.
처음으로 소리를 지르네요 겁에 질린 다섯 살배기 아이의 울음소리 같은 핏물이 흥건히 번지네요
그날 이후 우리는
철거한 풍경이 종일 귓가를 맴돌아요
액자는 언제나 강건한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