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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선 Mar 30. 2016

봄나물

다래순

긴긴 겨울은 지나고 어김없이  하선재에도 봄이 왔다.

지난주만 해도 국망산 골짜기 깊은 곳에는 얼음이 녹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주에는 날씨가 따뜻해져인지  모두 녹았다.

봄이 오면 산에는 여러 가지 나물들이 나고  나무들의 어린순을  데쳐먹기도 한다.

그 봄나물 중에   최고로 치는 건  향기 좋은 취나물과 다래순 일 것이다.

취나물은 요즘 하우스에서도 재배가 되는 만큼  흔한 나물이 되었다.

하지만 다래순은 산에서 따야만 한다.

원래 강원도 지역을 제외하곤 산나물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강원지역에선  어느 나물보다 각광받는  산나물이고  다래순을  한 번이라도  먹어본 사람이라면  그 맛을 쉽게  잊지 못한다.

다래순  채취는  다른 산나물에 비해  비교적 쉽다.

 추이를 뜯는 것을 바다에서 낚시하는 것에 비교한다면  다래순은 양식장에서  고기를 잡는 것과 같다.

가늘고 긴  덩굴을 휘어잡고 콧수염 잔털처럼 난 새순을 한주먹씩  따서 자루에 담기만  하면 된다.

새순은 덩굴에 5~7cm 간격으로  소복이 나 있어서 보이는 대로 흝어 따면 된다.

가끔씩  맑은 하늘과 눈 녹아내려 흐르는 계곡물소리 들어가면서  ᆢ

훑어온 다래순은 밤을 재우지 않고 그날로 끓는 물에 데쳐야 한다.

데처진 다래순은 발에 올려놓아  따가운 봄  햇살에 바짝 말려야 한다.

그래야  겨울 동안에도 흰 곰팡이가 나질 않는다.

깔끔한 체하고  흝어온 다래순을 물에 씻어 데치는데 이건 금물이다.

깊은 산속 맑은 공기 속에서 갓 피어 오른 새순을 씻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먹는 방법은  바짝 마른 다래순을 살짝 삶아 물에 뿌린 다음 몇 번 헹구어  물기를 쪽 짜내고

고추장, 간장, 식초, 설탕. 참기름. 다진 마늘을 넣고 묻치는데  될 수 있음 다진 마늘은 적게 넣어 다래고유의 향을 살리도록 한다

양념이 다 묻혀지면 그 위에 통깨를 살짝 뿌려 밥 위에 비벼먹으면  그 맛과 향기가 다르다.

취나물처럼 강렬한지도 않고 고사리처럼 이빨에 감기지도 않는다.

아무런 잡맛이 없이  깨끗하여  심산에 은거한  선비에게서나 나는  묵향이 풍기는 듯하다.

대보름날 오곡밥에 이나물을 듬뿍 올려놓고 양념장을 욕심껏  넣어  묵은 고추장 한 숟갈 넣고  썩썩 비벼먹으면  그 맛은 정말 일품이다.

오래오래 씹을수록  온갖 그윽한  상념이  밀려온다.

게다가  농익은 막걸리 한잔이면 긴긴 겨울밤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더 구다나 다래순은  묵나물이라고도 부르며  간경화, 소갈증, 고혈압 같은 현대 문화병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다래순 묵나물은 육신의 보양을 위한 것이기 전에

정신세계를  맑게 하는 마음의 섭생을 위한  진채 중의 진채라고 할 것이다.

게다가 다래수액은  "동의보감"에  심한 갈증과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것을  멎게 하고  결석치료와  장을 튼튼하게 하며 열기에 막힌 증상과 토하는 것을  치료한다고 되어있다.

민간요법으로  피로해소, 항암효과, 신장염등에 효과가 있다 하여  곡우를 지나 나무의 생리활동이 왕성한 봄부터 수액을  받아 마시는 습관이 있다.

목포대  박용서교수 논문에  다래수액은 칼륨, 칼슘, 마그네슘, 아미노산, 비타민C등의 미네랄이  풍부한 천연약수로  여성의 다공증과 당뇨병, 위장병, 심장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이뇨작용으로 몸 안에 노폐물 배출에 좋다고 되어있다.

이제 바야흐로 다래순을 흝기에 좋은 계절이 왔다.

작년에 집 짓느라 정신없이 보냈으니 나도 올봄엔 좀 따서  데쳐서 말려놓고  반가운 친구들이 찾아오면  양념에 묻쳐서 밥을 비벼 먹어야겠다.

농익은  막걸리 한잔 나누면서 어릴 적 추억을 되새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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