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사이로 같은 곳을 두 번이나 수술을 하고 몸이 제법 회복되는 것 같아서 아내와 함께 횡계로 떠났다. 수술하기 전 횡계엔 수술하고 요양할 목적으로 빌려 놓았던 작은 집이 있다. 도착해서 하룻밤을 자고 아내와 난 오색약수터에 있는 주전골이란 골짜기에서 용소폭포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낙엽들은 대부분 다 떨어지고 말았지만 계곡에 흐르는 물은 더욱 맑고 고왔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좀 힘들어하는 아내를 손을 잡아 주었다.
작고 좀 거칠어지긴 했지만 아내의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43년 전 아내의 손을 처음 잡았을 때 아내의 손은 참새를 잡은 것처럼 따뜻하고 작고 매끄러웠다.
많은 시간 아이 둘을 키워내고 병든 남편을 수발하느라 변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스무 살에 만나서 사십여 년을 한결같이 내 곁을 지켜준 아내가 새삼 고맙다.
누구에게도 남편 자랑 한번 제대로 못하게 해 준 게 미안하고 부끄럽다.
부족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서로의 부족한 걸 채워주는 게 결혼이라고 했던가?
난 채워주기보다 많은걸 채워 받았던 같았던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남은 인생은 아내를 위해 뭔가 해봐야 할 것 같다.
맨몸으로 만나서 결혼을 하고 남들처럼 번뜻하게 살아보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