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선 Nov 22. 2021

가을 산행

아내의 손

한 달여 사이로 같은 곳을 두 번이나 수술을 하고 몸이 제법 회복되는 것 같아서  아내와 함께 횡계로 떠났다.  수술하기 전  횡계엔  수술하고  요양할 목적으로  빌려 놓았던 작은 집이 있다. 도착해서 하룻밤을 자고  아내와 난 오색약수터에 있는 주전골이란 골짜기에서  용소폭포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낙엽들은 대부분 다 떨어지고 말았지만 계곡에 흐르는 물은 더욱 맑고 고왔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좀 힘들어하는 아내를 손을 잡아 주었다.

작고 좀 거칠어지긴 했지만 아내의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43년 전  아내의 손을 처음 잡았을 때 아내의 손은 참새를 잡은 것처럼 따뜻하고 작고 매끄러웠다.

많은 시간  아이 둘을 키워내고 병든 남편을 수발하느라 변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스무 살에 만나서  사십여 년을  한결같이 내 곁을 지켜준 아내가  새삼 고맙다.

누구에게도 남편 자랑 한번 제대로 못하게 해 준 게 미안하고 부끄럽다.

부족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서로의 부족한 걸 채워주는 게 결혼이라고 했던가?

난 채워주기보다  많은걸 채워 받았던 같았던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남은  인생은 아내를 위해  뭔가 해봐야 할 것 같다.

맨몸으로 만나서  결혼을 하고  남들처럼 번뜻하게 살아보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모른다.

그러니 제대로 가족을 돌봤을 리 없다.

아내의 손을 힘주어 꼭 잡으며 물었다.

당신 오늘 점심 뭐 먹고 싶어?

아내는  힐끗 쳐다보면  밝게 웃는다.

바람이 제법 차가운 11월이지만 내 가슴속에는 봄볕이 따스한 5월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픈 것과 고통스러운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