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순의 손편지[197] 21.1.7
2021. 01. 07(목)
달라이 라마의 지혜
“바보처럼 살았다.” “헛똑똑이었어.” 연말을 보내며 많이 들은 소리입니다.
했어야 했는데,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 들었어야 했는데... 가까운
사이일수록 주고받는 ‘했는데’ 시리즈는 많아집니다.
후회라기보다 유한한 삶에서 오는 연민 같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한번 사용하면 쓸 수 없는 동전 같이, 꼭 우리 인생이 그래요. 내 생애의
행복은 무엇이었을까? 무언가 얻으려고 동분서주했는데 쥔 것 보다 날린
것이 많아 보이니 족함이 없습니다.
만족이란 없어요. 한 방울만 더하면 넘치는 잔을 들고, 더 채우려 하고 새
욕심으로 다시 구하기를 반복합니다. 아이들을 봐도 그래요. 그렇게 조르던
장난감을 사주었는데 어느 날 구석에 박혀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사람에게 ‘만족’만큼 지구력이 없는 게 또 있을까? 머리를 깎으면 하루가
좋고, 집을 사면 반년이 좋고, 장가들면 1년이 즐겁다는 말이 그렇습니다.
남녀 관계도 마찬가지예요. 세계를 가진 것처럼 가슴을 설레게 한 여자도
살아보니 금방 시들해지는 꽃입니다.
유한한 인간의 마음에 자리 잡은 공포는 이생의 삶을 영속적으로 이어갈
수 없다는 근원적 한계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래서 외로움을 잊고자 사회를
만들고, 종교를 가져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사람은 종교에 의탁하여 죽음을 성찰합니다. 신실한 삶을 통해서 내생의
구원을 꿈꾸지요. 그런 면에서 유한한 삶에 대한 티베트 종교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통찰은 많은 사유를 일으킵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달라이 라마는 지금까지 나온 지혜서만 30여
권에 이를 만큼 풍성합니다. 그의 인생론의 핵심 키워드는 ‘행복’이고,
이를 죽음, 명상, 화(禍)란 화두로 풀어놓습니다.
생과 사(生死)가 한길을 가듯, 죽음을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삶이 비굴해지지 않습니다. 가장 못난 것이 불평하고 화냄인데, 그렇게
허투루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소중히 아껴야 할 가치가 있는 데다
쏟으라 합니다.
많은 제왕들이 불멸을 꿈꾸고 웅장한 왕궁을 짓거나 성벽을 쌓은 것들은
본질에서 벗어난 망상이라 했습니다. ‘인생의 유한함과 죽음의 두려움을
인정하라.’ 이를 위해 그가 제안한 것이 ‘명상’입니다.
올해로 86세인 달라이 라마는 지금도 매일 명상을 통해 욕망과 번잡한
고뇌를 떨쳐냅니다. 욕망과 고뇌는 잡초 같아서 조금만 방심해도 웃자라는
성질이 있기에 하루도 거르지 말고 명상으로 싹을 잘라야 합니다.
화가 증오를 일으키면 1000겁을 쌓은 공덕이 찰나에 무너지게 된다고
했어요. 분노를 다스리는 지혜는 어디서 오는가. 달라이 라마가 말하는
지혜의 소리를 나름 정리하면 다음 여섯으로 집약이 가능합니다.
첫째, 세상을 위해, 다른 사람을 위해 힘쓰는 ‘이타심’으로 살라는 거예요.
항상 타인에 대한 배려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생명을
사랑하라는 뜻이지요.
둘째는,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악행을 경계하고 계율을 지키라는 거죠.
인간이 지닌 가장 나쁘고 천박한 과욕과 탐욕, 질투, 원망 등의 모든
번뇌와 욕망을 억제하고 멀리하라는 것입니다.
셋째는, ‘정진(精進)’입니다. 어떤 일이든 선의로 최선을 다하라고 합니다.
정진으로써 선의 마음을 닦고 인격을 연마하여 강력한 선의의 삶을
살라는 가르침이지요.
넷째가 ‘인욕(忍辱)’입니다. 고난에 꺾이지 말고 이겨 내라는 것입니다.
인생을 사노라면 많은 고난과 마주치게 되는데, 거기에 밀리지 말고 참고
견디면 이를 이기는 마음을 단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명상’하라. 생각할 겨를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적어도
하루 한 번은 마음을 가다듬고,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며 정신을 집중해
흔들리는 마음을 한 곳에 모으라는 것입니다. 명상의 습관을 말합니다.
끝으로 앞의 다섯 가지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지혜’에 이르라는 것!
그러면 지혜 곧 깨달음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했어요. 자연과 우주를
다스리는 이치와 진리를 깨달아야 지혜에 다가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속세에 두발을 담그고 사는 인생이 달라이 라마의 지혜를 따라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하더라도 여섯 가지 지혜의 소리 중 가슴에 와 닿는,
하나라도 잡는다면 보다 따뜻한 삶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어요.
그 하나가 바로 ‘생각하며 살라’가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아무 생각 없이 인생을 살게 됩니다.
-글 이관순 소설가/daumcafe/ lee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