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과 코로나

이관순의 손편지[216]

by 이관순


“아 골치 아파!”

다시 두통이 납니다. 신경을 많이 쓰면 그렇다고 의사가 말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란 독성물질이 분비되어 두통을

일으키는데, 산소부족을 알리는 신호라는 것입니다.


지금 내 머리엔 100억 개가 넘는 뇌세포가 적정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두통을 일으키며 산소 부족을 호소합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비인격적인

가택연금, 이동 모임의 자유가 감금된 이후 생긴 증상입니다.


누구는 ‘슬기로운 감방생활’로 표현하며 마음을 달랜다지만, 기약 없는

날이 해를 넘기면서 두통은 더욱 극성을 부리고 산소 부족은 위험

수위를 코앞까지 밀어 올렸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는데, 갈 곳 잃은 사람만 여기저기

아우성입니다. 보고 듣고 느끼고 비벼야 촉수가 오르는 오감의 계절에

더듬이마저 부러졌는지 감각마저 시들합니다.


주야장천 앉아 누었다 뿜어대는 건 일산화탄소뿐이죠. 겨우내 문이란

문은 다 닫아둔 탓입니다. 봄바람 한 줄기가 아쉬운 날에 미세먼지로

가득히 잿빛 하늘을 덮었습니다. 대기 질은 갈수록 탁해지고 사람마다

장탄식을 쏟아내니 둥둥 떠다니는 건 CO2...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밀림이 연간 여의도 일곱 배씩 사라지고, 북극

빙하는 1년이 다르게 줄어드는 건 실제 상황입니다. 산소가 부족하면

두통뿐입니까. 불면증, 우울감, 기억력 감퇴, 비만에 암까지...


산소가 인간 행복에 이렇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어요.

세로토닌을 만들어 두뇌 신경을 조율해 평온한 감정을 만들어주고,

영양소를 에너지로 변화시키는, 산소의 막중함을 잊고 살았습니다.


산소공급이 충분하지 못하면 납, 은, 비소 같은 치명적인 중금속을

분해하지 못하고 몸에 필요한 에너지 생산량이 무려 20분의 1로

떨어져 단 1그램의 지방도 태울 수 없다니, 백약이 무효입니다.


최근 면역력을 기르는 대안으로 제시된 것도 산소 보충입니다. 그동안

숨 잘 쉬고 살았으니 산소의 고마움을 잊었지만 실은 많은 사람이

산소부족에 시달려왔습니다.


공기 중에 산소가 21%라고 해도 장소마다 다르다는 건 몰랐습니다.

숲 속은 21%, 대도시 20%, 도시 아파트 방이나 승용차 안 19%.

수치로는 1-2% 불과해도 그 차이는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산소 부족 사태는 더 심합니다. 노인은 폐기능이 떨어져

몸 안에 쌓인 노폐물을 치우려면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한데, 기초 공급도

충분하지 못하니 애매한 ‘노인 냄새’만 탓합니다.


그러더니 아니나 다를까. 영민한 사람들이 이틈을 놓치지 않고 산소를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계곡물에 녹아 있는 산소를 농축시킨

‘산소 원액’을 만든 것입니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더니 이젠 하늘의 공기를 팔겠다는

겁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물을 사 먹으리라 생각이나 했을까? 40년 전 누가

그러더라고요. 앞으로 유망산업이 산소라고. 설악산 산소를 용기에 담아

파는 기술만 개발하면 대박 날 거라고. 그때는 피식 웃기만 했죠.


“아, 머리 아파!”

다시 머리가 지끈지끈해옵니다.

코로나 때문에 앓는 두통입니다.

내 몸에 산소가 부족한 것입니다.

제발 해독제 좀 주세요!

이 놈의 코로나!

“난 지금 산소가 필요해!”




keyword
이전 14화내 마음의'빨강 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