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5월의 시작

이관순의 손편지[230]

by 이관순

‘그리움이 많은 사람은 치매에 안 걸리고, 그리움이 없는 사람이 치매에

걸린다’는 말은 빈말이 아닌 듯합니다. 그리움은 때때로 우리 인생에

양약으로 작용하지만 반대로 독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리움은 기억이고 에너지입니다. 가슴에서 일어나는 오만가지 생각,

오감 칠정이 일곱 빛 무지개를 빚어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만, 아픈 상처를

덧나게 해 슬픔의 극단을 달리게도 합니다.


5월은 풋풋하고 녹슬지 않는 수많은 그리움이 깃든 공간입니다.

부모와 자식이, 형제자매가 사랑과 그리움으로 얽히고설켜 있는 집.

그래서 유독 가정의 달로 존재하는 게 아닐까?


푸른 숨결과 바람결을 타고 그리움이 구시렁대며 댓바람을 일으키는 5월.

떠나간 사람이 보고 싶어서, 그 얼굴 그 미소가 그리워서,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파아란 하늘 아래 눈을 감습니다


아, 5월 내내 그리움만 먹어도 배고프지 않을 것 같은, 5월 내내

그리움의 갈증만 켜도 외롭지 않을 시간으로,

가득 채워 보세요.


세상의 자식은 저 세상의 부모를 생각하고, 세상의 부모는 저 세상의

자식을 가슴에서 꺼냅니다. 그래서 ‘종천 지모(終天之慕)’라는 말이

나왔겠지요. ‘세상 끝날 때까지 사모한다’는 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구별하기란 때마다 상황에 따라 변합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의 공통분모는 찾을

수 없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공통점은 딱 하나!

그들은 나를 웃게 만든다는 것.


때로는 마음 아프게 하면서도,

나를 서럽게 만들면서도,

때때로 나를 눈물짓게 하면서도,

결국에는 나로 하여금 웃음 짓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5월은 그런 사람과 만남과 모임으로 들썩이는 달이면 좋겠다... 신록의

숨결과 바람결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5월에는 이 땅의 모든 가족이

제집을 찾아 따뜻한 그리움의 화로에 불을 피워 함께 쬐면 좋겠다...

집집이 코로나 악령은 쫓고 푸른 숲으로 일렁이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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