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한 마리의 새

이관순의 손편지[30]

by 이관순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준 장영희 교수(시인)가 세상을 버린 지 11년이 되었습니다.

그 작은 몸집으로 장애를 이겨내고 병마와 싸웠던 생전의 모습이 은화처럼 맑고 밝게 떠오릅니다. 세 차례 암이 발병하는데도 희망을 잃지 않고 의연했던 삶, 투병 와중에도 약속한 글을 쓰고 계획한 책을 펴내며 진한 감동을 전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나를 넘어뜨리신다."며 희망을 절창했습니다. 그녀가 조선일보에 연재한 ‘영미시 산책’은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화제가 됐었지요. 선정한 시들도 아름답지만, 그녀의 시 해설은 더욱 감칠맛 나는 삶의 매력으로 넘쳐났습니다.


그녀는 2009년 봄날, 친구인 화가 김점선과 두 달 간격으로 이 땅과 이별을 했습니다. 그녀의 책에 삽화를 그렸던 김점선, 따뜻한 시어로 영혼을 보듬는 시인 이해인(수녀)과 깊이 교류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주었습니다.


그녀가 ‘영미시 산책’에서 소개한 시(詩) 가운데, 에일리 디킨슨의 ‘희망은 한 마리 새’는 고단한 인생을 사는 우리들 가슴에 위로와 잔잔한 감동을 일으켜 주었습니다.


'희망은 한 마리 새/ 영혼 위에 걸터앉아/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며/그칠 줄을 모른다...

모진 바람 속에서 더욱 달콤한 소리/ 아무리 심한 폭풍도/

많은 이의 가슴을 따뜻이 보듬는/ 그 작은 새 노래 멈추지 못하리/

나는 그 소리를 아주 추운 땅에서도/ 아주 낯선 바다에서도 들었다/

하나 아무리 절박한 때에도 내게 빵 한 조각을 청하지 않았다.


그녀는 ‘희망은 우리의 영혼 속에 살짝 걸터앉아 있는 한 마리 새와 같다’고 했습니다.

기쁘고 행복할 때는 잊고 살지만, 마음이 아프고 절망할 때 어느 새 곁에 와 손을 잡아줍니다. 희망은 우리가 열심히 일하거나 간절히 원하여 생기는 게 아니라, 상처에 새살이 나오듯, 죽은 가지에 새순이 돋아나오듯, 희망은 절로 생겨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제는 정말 막다른 골목이라 생각할 때, 가만히 마음속 깊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합니다. 한 마리 작은 새가 속삭일 것이라며...

“괜찮아, 이게 끝은 아닐 거야. 넌 해낼 수 있어.” 그칠 줄 모르게 속삭입니다.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봄이 빗속에 노란 데이지 꽃을 들어 올리듯/

나도 내 마음을 들어 건배합니다/

고통만을 담고 있어도/ 내 마음은 예쁜 잔이 될 겁니다'


그녀가 소개한 사라 티즈데일의 '연금술'이라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시인은 우리의 마음을 잔에다 비교합니다. 때로는 희망과 기쁨을, 때로는 절망과 슬픔을 담는 잔으로요. 그녀의 마음속 잔에는 고통만 담겨 있을 텐데, 빗물을 금빛으로 변화시키는 데이지 꽃처럼 고통을 기쁨으로 바꾸겠다고 전합니다.


우리 마음의 잔에도 쓰디쓴 고통만이 담길 때가 많지요. 그것을 빛나는 지혜와 용기로, 평화와 기쁨으로 바꾸는 것이 삶의 연금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그녀가 말하는 것처럼 삶의 연금술사가 되기란 그렇게 만만한 일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장영희 교수는 생전에 ‘희망은 하늘이 주신 선물‘로 표현했습니다. 떠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그녀가 날린 희망이란 작은 새 한 마리는 오늘도 우리들 마음의 창을 두드립니다.

“희망을 포기하지 마세요. 넘어지더라도.”

소포클레스도 “인류의 대다수를 먹여 살리는 것은 희망.”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책을 보고 좋은 영화를 보고 연극을 보는 것도 궁극적으로 좀 더 아름답게 살고 싶은 욕구 때문입니다. 그 욕구가 ‘희망이란 한 마리 새’로 우리의 마음에 날아와 앉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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