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순의 손편지[31]
동물 가운데 인간만이 유일하게 가진 것이 ‘웃음’입니다. 툭 튀어나온 입을 가진 개는 평생을 가도 웃을 수가 없어요. 웃음은 인간만이 누리는 특권입니다. 조물주가 사람에게 예쁜 치아와 입술과 입 주위 근육을 준 것은 사람답게 웃으면서 살라는 조물주의 사려깊은 선물입니다. 그럼에도 웃기를 포기하면, 스스로 사람이길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거죠.
‘웃음의 과학’이란 책은 삶과 웃음의 연관성을 재밌게 엮어놓았습니다. 저자는 아이가 부모를 보면 왜 방실 방실 웃을까를 묻고, 이를 부모로부터 지속적으로 지원을 받아내기 위한 진화의 산물로 풀이합니다. 또 왜 웃음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잘 웃는지, 왜 웃음은 전염성이 강한지, 차곡차곡 과학적인 이해를 돕습니다.
“웃음은 뇌의 여러 부위가 협업하여 이루어내는 관현악과 같다.”고도 해요. 분노의 감정은 뇌의 일부가 상해도 유지되지만, 뇌의 일부만 손상되어도 치명타를 입는 게 웃음입니다. 의식을 회복한 환자가 얇은 미소를 지을 때, 그것이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환희인지, 눈물겨운 아름다움인지, 왜 많이 웃고 살아야 하는지를 차분히 생각하게 합니다.
아들이 대학에 다닐 때 여행 경비를 마련하겠다고 알바 중에서 최고의 기피업종인 시신닦기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일당이 다른 알바의 열배가 넘었지만 그만큼 난도도 높습니다. 코를 비트는 고약한 냄새와 익숙지 않은 작업환경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하루를 견뎌내려면 모질어야 합니다. 같이 간 친구는 팔 한쪽을 토할 듯 끝내고 두 손을 들었다는데, 아들은 그래도 한 구를 다 닦았다고 해서 가상히 여겼었지요.
이곳에서는 첫째도 웃어라, 둘째도 웃어라가 ‘웃픈 현실’(웃기지만 슬픈 현실)을 말해 줍니다. 잔뜩 얼굴 찡그리고 작업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하루가 천년같이 버텨내기도 힘들고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걸 알기 때문에, 서로가 분위기를 가라앉지 않게 하려고 이러저런 유머가 총동원됩니다. 신참은 고참의 풍부한 유머에 억지 웃음을 짓지요.
화장터에 시체 3구가 들어왔는데 한 결 같이 웃고 있었답니다. 신참에게 들려주는 고참의 설명이 해학적입니다. “이 사람은 아들이 전교 1등 했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 쓰러진 분이고, 또 한 분은 복권 1등에 당첨됐다가 심장마비로 떠난 비운의 사나이고, 남은 사람은 빛이 번쩍하는 순간, 사진 찍는 줄 알고 김치 하다가 진짜 벼락을 맞았다는 거야.”
책은 미소가 인간관계를 어떻게 바꿔주는지도 알려줍니다. 책날개를 펴면 저자가 활짝 웃고 있는데 마치 ‘봤지? 이렇게 웃는 거야’라고 일러주는 것 같기도 하죠. 웃음에도 기술이 필요하답니다. 그냥 웃지 말고 입 꼬리를 살짝 위로 올려서 웃을 것을 조언합니다.
입 꼬리를 올리고 안올리는 차이를 케네디와 닉슨의 웃음을 비교해 설명합니다. 케네디의 웃는 모습은 100만 불짜리라고 할 만큼 정말 멋집니다. 입 꼬리가 양쪽 다 정확히 올라가 있지요. 이에 비해 닉슨의 웃는 얼굴은 애매모호합니다, 입을 좌우로 벌리기만 했을 뿐, 매력이 안 보이지요. 두 사람은 미국 대선에서 맞붙었지만 승리는 케네디에게 돌아갑니다. 단순히 웃는 모습 때문은 아니겠지만, 케네디의 웃는 얼굴은 언제 봐도 매력이 넘칩니다.
이것을 ‘스마일 파워’ 라고 합니다. 멋지게 웃는 얼굴은, 인간관계도 쉽게 풀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죠. 국내스타로는 배우 이병헌을 꼽지만, 외에도 스마일 파워 스타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미소는 입가에 쥐가 날만큼 거울을 보고 훈련을 한 결과라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독일 철학자 알폰스 데켄은 웃는 얼굴을 네 개의 그릇에 담았습니다. ‘건강을 위한 스마일’ ‘배려와 사랑의 표현인 스마일’ ‘일상적인 소통의 스마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일‘ 등으로. 이 가운데 ‘그럼에도 스마일’은 어떤 괴로운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하지요. 난처한 입장에서도 미소질 수 있는 여유야 말로 그 사람의 품격을 보여줍니다. “저 상황에서 어떻게 웃을 수 있지?” 미소 하나로 성숙한 인격을 전해 줍니다.
나이가 들수록 잘 웃지 않습니다. 힘든 세월을 살아서라고 이해는 되지만, 그렇게 끝낼 일만은 아닌듯합니다. 웃어줘야 할 때 웃지 않고 버티기를 하면 어떻게 될까? 근육이 굳어져서 웃고 싶을 때 웃지 못하는 개가 되고 맙니다. 주둥이가 튀어나온 '웃고픈' 동물같이.
나만의 미소를 지으세요. 케네디처럼, 이병헌처럼 우리도 멋진 미소를 짓고 살면 어떨까요? 이왕이면 거울을 보면서 ‘치즈’란 말 보다 ‘위스키’라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입 꼬리를 올려주는 효과가 있다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