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순의 손편지[334] 2023. 02. 13(월)
유독 사람만이 땅에 집착하며 산다. 예나 지금이나 땅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펄벅 여사도 소설 ‘대지’를 통해 이점을 관찰했다. 땅이란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임을. 주목할 대목은 머슴살이로 억척같이 일해 지주가 된 왕룽의 행태이다. 어린 딸이 열이 펄펄 나 죽을 상황인데도, 살려달라고 애원은 하면서 땅을 팔아 딸을 구하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오늘날에도 땅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집착의 대상이다. 사람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 걸까. 레프 톨스토이는 소설을 통해 선 굵은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던졌다.
러시아 어느 시골에 소작농으로 생활하는 파콤이란 이름의 가난한 농부가 살았다. 농부의 평생 꿈은 자기 이름의 땅을 가지고 그곳에 집을 지어 농사를 짓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주들의 횡포로 몇 평의 땅을 소유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여행 중이던 한 상인이 그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가면서 눈이 혹할 소식 하나를 들려주었다. 바시키르라는 성에 가면 영주(領主)가 땅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기 소유의 땅을 아주 싼값에 양도한다는 것이다.
농부는 먼 길을 걸어서 마침내 성에 도착했다. 그는 쿵쿵 뛰는 가슴을 누르고 영주를 찾아갔다. “땅이 필요하다고?” “그렇습니다.” 농부는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 포기할 수 없는 꿈에 대해 소상히 말했다. 얘기를 다 들은 영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네.” 선득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 말에 놀란 농부가 짝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영주의 말은 갈수록 흥미진진했다. 영주가 제시한 땅 분배법은 너무나 쉬웠다. 보증금으로 천 루블을 내면, 아침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네가 밟는 땅은 모두 주겠다는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 농부는 약속된 시간에 영주 앞에 섰다. 영주가 농부에게 말했다.
“해 뜰 때 출발해서 해질 때까지 돌아와라. 네가 밟은 땅은 다 네 것이 될 것이다.”
농부는 뛸 듯이 기뻤다. 드디어 오랜 꿈이 이루어지는구나! 출발선에 선 농부의 차림새가 가관이다. 몸을 가볍게 하려고 쌀쌀한 날씨에도 팬티에 러닝셔츠만 입었고, 허리에 찬 도시락과 물통 하나가 돈키호테처럼 보였다. 농부는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땅을 바라보았다. 게다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기름진 옥토였다. 생각할수록 흥분이 되고 몸은 날 것만 같았다.
마침내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농부는 보다 큰 면적을 차지하려고 외곽으로 뛰기 시작했다. 점점 영주의 모습이 멀어져 갔다. 농부는 페이스를 지키려고 하나 둘 구령을 부쳐가면서 호흡을 조절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숨이 가빠지고 온몸은 땀에 젖었다. 사각으로 구획을 긋기 위해 모퉁이 돌을 놓으면서 외쳤다. ‘고생은 하루고 영광은 평생이다!’.
몸이 지쳐왔다. 숨은 헉헉거리고 다리는 휘적거렸다. 허리에 맨 도시락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 점심 먹을 시간에 한 걸음 더 뛰자. 밟으면 다 내 땅인데.”
농부는 옆구리에서 덜렁덜렁 소리를 내던 도시락을 풀어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이젠 물통까지 거추장스러워지자 남은 물통까지 버렸다. 몸이 지치자 뛰다 걷다 뛰다 걷다를 반복했다. 먹은 것이 없으니 뱃가죽이 등짝에 붙는 것 같고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났다. 몸은 갈증으로 타들었다. 이만 돌아설까를 생각하다가도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비옥한 초원이 그렇게 매혹적일 수가 없었다.
농부는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렸다. 어느새 해가 서쪽에 눕기 시작했다. 달려온 거리가 눈물겨운데, 체력이 바닥을 드러냈다. 결국 농부는 돌부리에 걸려 맥없이 고꾸라지고 말았다. 'go'냐 'stop'이냐 기로에 섰을 때, 저 멀리 영주가 흐릿하게 보였다. 다시 바닥의 힘을 박박 긁어서 용케도 일어났다. 그리고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침내 영주 앞에 골인했다. 그리고 헉헉대면서 영주를 향해 소리쳤다.
“영주님, 땅을 주시는 거죠?”
영주가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격에 겨운 농부는 ‘오 흐앙~!’ 포효를 하고는 영주 앞에서 쓰러졌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그러나 농부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소망한 바를 다 이루었는데, 영광은 누리지 못한 채 숨을 거둔 것이다. 그 바람에 영주는 뜻하지 않은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 그가 누울 만큼의 땅을 파고 시신을 내리면서 영주가 말했다.
“여보게. 여섯 자 관이 들어갈 땅이면 족한 것을, 괜한 수고만 했네 그려!”
*.. 19세기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그의 모든 작품에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단편소설 <How much land does a man need>에서는 인간이 얼마나 허망한 욕망에 매몰되어 사는지를 상징적으로 전하고 있다. 위의 글은 소설을 의역한 것으로, 월간 '목마르거든' 2월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