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고전의 숲 '욥기'

[6] 이관순의 손편지

by 이관순

구약 가운데 한 권만 추천해 달라면 나는 ‘욥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성경의 ‘욥기’는 기독교가 포용하고 있는 인문학의 보고지요. 기독교는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 서양문명의 뼈대를 이루는 사상이 되었고, 성경은 그 사상의 토대를 제공했습니다. 종교나 문화권에 관계없이 유엔이 인정한 세계 200여 국가에 2300여 언어로 번역된 인류 최고의 슈퍼 베스트셀러입니다.


영국 역사가 토머스 칼라일은 성경을 인문의 숲으로 묘사했습니다. 특히 욥기는 “문학적으로 완벽하여 달리 어깨를 겨룰 만한 작품이 없다”고 했어요. 독일 문학가 괴테가 쓴 ‘파우스트’의 기본 틀도 바로 욥기에서 따왔습니다. 파우스트는 문학, 음악, 미술, 철학, 종교 등 서양문화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작품이지요. 또한 아놀드 토인비가 인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역사’로 본 개념도 ‘욥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우수 땅에 사는 욥은 하나님을 공경하는 의로운 사람입니다. 아들 일곱과 딸 셋을 두었고 많은 재물을 누리는 축복받은 사람이었습니다. 이를 시기한 사탄이 하나님 앞에 나타나 욥이 신실한 이유는 하나님의 축복 때문이라며 험담을 합니다. 급기야는 “욥의 재물을 모두 빼앗아 버리면 욥은 틀림없이 하나님을 저주할 것.”이니 그의 신실함을 한 번 시험해 보자고 제안합니다.


하나님이 이를 승인하자 하나님과 사탄 사이에 흥미 있는 진실게임이 시작되고, 동시에 욥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됩니다. 사탄은 욥의 재물은 물론 자식까지도 순식간에 다 앗아갔습니다. 그리고 그의 반응을 지켜보았습니다. 극심한 고통과 고난이 몰려오면 좌절과 원망, 분노에 휩싸이는 것이 보통사람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욥은 “주시는 자도 하나님이시고 다시 가져가시는 자도 하나님이시라”며 믿음을 지킵니다. 소중한 것을 몽땅 빼앗긴 상황에서도 요동하지 않는 참 신앙을 보인 것이지요. 그렇다고 쉽게 물러날 사탄이 아닙니다.


두 번째 도전은 욥의 건강을 빼앗는 것이었습니다. 온 몸에 병이 든 욥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그럼에도 욥은 “하나님이 복을 주셨으니 재앙도 받을 수 있다”며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이즈음, 소문을 듣고 욥의 세 친구(엘리바스, 빌닷, 소발)가 찾아오지요. 이들은 욥이 겪고 있는 고난에 대해 토론을 벌였고, 욥의 고난을 죄의 대가라며 인과응보론적 사고로 비판합니다.


‘왜 악한 사람이 잘 되고, 착한 사람이 고통 받는가’라는 이 질문은 욥기의 대주제입니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정의롭지 못하며, 죄 짓는 자가 흥하고 의로운 자가 더 아픔을 겪는다면 이보다 부당함도 없을 것입니다. 의롭고 착한 사람이 받는 이 고통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천국에 가서 보상을 받는다’는 말로 족함을 얻을 수 있을까? 더욱 이 문제가 어려운 것이 사람들은 자기의 인식이나 경험의 틀로서 판단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렇듯 진실과 현실이 배치되는 상황은 누구도 만날 수 있습니다. 욥기는 이러한 인간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우리의 인식과 사고를 뛰어넘는 절대적인 믿음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동화작가 안데르센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가난에 찌든 가정에서 태어나 초등교도 다니지 못했고,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로부터의 학대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훗날 안데르센이 세계적인 동화작가가 되고, 명성을 얻은 후에 스스로를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의 역경은 곧 축복이었어요. 못 생겼다고 놀림 받은 것이 ‘미운 오리새끼’를 쓰게 했고, 가난했으므로 ‘성냥팔이 소녀’를 쓸 수 있었지요.” 역경을 겪을 때는 고통스러웠지만, 먼 훗날 그 고난이 자신을 만들어준 은총이었음을 고백한 것입니다.


고난이란 불청객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선악의 행위와 상관없이도... 욥기는 이런 비극적 상황과 마주할 때, 절망과 원망으로 매몰되지 말고 고난 뒤에 숨어 있는 신의 은총을 찾으라고 가르칩니다. 히브리 철학에서 ‘고난은 축복’이라고 말해요. ‘종의 기원’을 쓴 다윈도 ‘아픔은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했습니다. 고난의 최대 덕목은 좌절에서 희망으로 안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욥기는 절망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다리를 놓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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