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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나 Jan 18. 2022

난 겨우 64세....

넷플릭스에서 '겨우 서른'라는 중국 드라마를 보았다. 어찌나 재미있던지 나흘 동안 잠자는 시간만 빼고 남편과 함께 이 드라마에 푹 빠져 지냈다. 처음 접한 43회나 되는 긴 중국 드라마를 통해 경제 중심지인 상해에서 30세, 3명의 여자들의 일상생활, 회사 생활을 보았다. 각자가 겪어내는 삶의 애환을 보면서 시행착오가 많았던 내 젊은 시절이 떠올랐다.


나의 30대는 어땠었지? 육아와 직장생활에 전념하면서 정신없이 지냈다. 매일 취침은 밤 12시, 기상은 아침 5시 30분.. 그 수면습관은 60세가 넘은 지금도 남아있다. 전쟁처럼 살았던 그땐 모르는 게 많았다.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 나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편견이 심했고 겸손하지 못했다. 듣기 좋은 말은 남들에게 다 해주고, 모진 말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많이 했다. 


누군가 그랬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날 사랑하지 못하게 한다고.... 친했던 직장 동료가 날 질투한 적이 있었다. '샘이 나서 그러는구나' 생각하면서 미워했고 멀리했다. 나중에서야 그녀의 입장이 마음으로 이해되었다. 지금도 내 중심으로 판단할 때가 많아서, 타인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부분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러다 50대가 되었을 때 난 명예퇴직을 하였다. 나름 직장에서 인정받고 근무하던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10월 말 명퇴 신청을 하는 그즈음 어느 날, 눈앞의 석양이 유난히 아름다웠던 순간이 있었다. 그동안에 수 없이 많았을 이런 광경을 보면서 감사하지 못하며 살아왔었다. 눈물이 났다. 그때 갑자기 마음속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이제 그만 내려놔라~"

"그 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어~" 


직장에 대해 감사함을 잊는 채 지내고 있었다. '이 자리를 누군가 절실히 원하고 있다고? 그럴 수 있겠구나, 바통을 넘겨야 할 시간이 되었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명퇴를 결심했다. 시간에 쫓기며 타성에 젖어 있는 내 삶을 바꾸고 싶었다. 늘 종종걸음 치며 살다 보니, 난 어디서나 맘이 분주했다.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탁탁 털어 건조대에 느긋하게 너는 여유도 퇴직 후에야 알게 되었다.  


이른 명퇴가 경제적으로는 손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신 여유로운 시간을 얻게 되니, 딱히 손해라고 할 것도 없다. 명품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비싼 차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한가한 시간에 대중교통을 타는 것을 좋아하고, 집안에서도 가능한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보려 노력하고 있다. 남들보다 연금은 적게 받고 있지만 나름대로 여유 있는 부자라고 생각한다. 


59년생 돼지띠 올해로 64세가 된 나는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다. 30세 때에도, 64세가 된 지금도 살아온 지난날들이 충분했다고 느끼지 않는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며 살아간다. 머물러 있으면 인생은 바뀔 기회도, 좋아질 기미도 없을 테니까 새로운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싶다. 혹 바로 내일 세상과 이별을 하게 되더라도, 아쉬움 없이 떠날 수 있게 오늘을 인생 최고의 날로 만들고 싶다. 이 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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