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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나 Oct 11. 2021

대륙횡단 여행이 꿈이야!

첫 번째 이야기

"선생님의 꿈은 뭐예요?"

"대륙횡단 여행하는 거.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지나 모스크바에 도착하는 여행 말이야. 그런데 그런 날이 올까?"

오래전 수업 중에 학생들과 이런 얘기를 나누었다.


얼마 전 '시베리아 선발대'라는 TV프로가 있었다. 이선균과 여러 영화배우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하여 모스크바까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자유롭게 여행하는 예능 프로였다. 많이 부러웠다. 시작부터 마음속 호기심과 설렘을 다독이며 방송에 몰입했다. 열차 내부 시설과 이용 방법, 한 공간에서 지내는 승객들의 모습, 정차하는 지역의 특색과 거기서 파는 음식까지 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제 나이 육십이 훌쩍 넘은 난, 이런 여행 스케줄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유라시아 대륙은 아니지만 2002년에 북아메리카 대륙 횡단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더운 7월 한 달 동안 대륙의 동서남북을 누비고 다녔다. 30일 동안 자동차로 하루 평균 800km 정도 달렸던 것 같다. 여행은 워싱턴 DC에서 가까운 동쪽 끝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에서 시작했다. 내비게이션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 렌트한 RV차를 타고 주변의 걱정을 뒤로한 채 여행을 시작하였다. 남편은 호기심 많은 드라이버로, 난 크고 두꺼운 지도책을 무릎 위에 펼쳐놓은 인간 내비게이션으로....


출발 후 처음으로 도착한 주는 웨스트 버지니아 주이다. 고기습곡산지인 애팔래치아 산맥이 지나는 곳으로 1000m 내외의 산들이 분포하는 우리나라 강원도 모습과 비슷했다. 과거에 이곳 역시 광산업 발달했다고 한다. 이 지역은 미국에서 가장 가난하고 낙후된 곳으로 기억된다. 죤 덴버가 부른 'Take me home country roads'에도 등장하는 지역이다. 가사는 잘 모르지만 많이 듣던 노래여서 이 노래를 계속 흥얼거리며 지나갔었다. 자신 있던 후렴 부분만 되풀이하면서.


웨스트 버지니아 주 어느 휴게소에 들어갔다. 혼자 여행 중이던 미국인 아저씨를 만났는데 이 분은 2m가 넘는 뱀과 이구아나와 함께 여행하고 있었다. 무서움을 모르는 작은 아들은 신기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 아저씨는 우리 집 3명의 남자들(남편, 아들들)에게 뱀을 목에 둘러주기도 하고 만져보게 했다. 뱀의 피부 촉감이 아주 부드럽고 좋았단다. 휴게소 벤치 테이블에 런치박스를 올려놓고 집에서 만들어 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렘이 담긴 여행 첫 점심식사였다.


첫날 메릴랜드주 동쪽 끝에서 출발하여 웨스트 버지니아주 서쪽 끝 오하이오 강 부근, 헌팅턴에 도착했다. 긴 거리를 달려왔다. 첫 숙소는 Ramada Huntington 호텔, 도로 부근에 위치한 곳이라 웅성거리는 소음도 있었고, 약간의 두려움 때문에 뒤척이며 잠을 설쳤다. 이곳까지는 도시화된 풍경과 우리나라 시골 같은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었다. 앞으로 어떤 경관이 나타날까? 또 다른 미국의 모습을 기대하며, 우리는 64번 도로를 따라 계속 서진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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